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모바일 앱 등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다. 이 모든 유통채널의 경계를 허물어 일관적이고, 연속적이며, 고객별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옴니채널’이 유통·물류·마케팅 산업의 패러다임 혁신을 이끌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의 정보를 얻거나 구입하려면 제조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든지 상점을 찾아가야 했다. 반면 지금은 온라인과 모바일, 소셜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채널이 다양하다. 디바이스 또한 컴퓨터와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스마트 TV 등으로 다각화됐다. 이에 제조·유통업체들도 오프라인 매장에 더해 온라인몰, 홈쇼핑, 스마트폰 앱, 방문판매 등 최소 2개 이상의 멀티채널을 운용하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동일 상품이라도 채널별로 가격과 서비스, 프로모션에 차이가 있다. 상품 수령 방법과 시기도 다르다. 때문에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각 채널의 장단점을 파악,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구매를 한다.
멀티채널에서 옴니채널로의 진화
실제로 시장분석기관 콜맨 팍스 리서치(CPR)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구매와 가격비교 등에 여러 채널을 활용한다는 응답이 41%, 물건구입을 위해 다수의 유통채널을 확인한다는 응답이 88%에 달했다. 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체험한 뒤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쇼루밍족’ 역시 이런 세태의 산물이다.
‘옴니채널’은 바로 이 같은 소비패턴 변화에 부응해 등장한 차세대 유통 시스템이다. 기존의 멀티채널이 각 채널마다 독자적으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각자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중심 유통구조였다면 옴니채널은 고객에 초점을 맞춰 모든 채널의 정보가 실시간 통합 운용됨으로써 일관되고 연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옴니채널이 구현되면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 뒤 매장을 방문해 수령할 수도, 여행지에서 구입한 상품을 집 인근의 매장에서 찾아갈 수도 있다. 또 채널별로 반복해야했던 신상정보와 결제정보 입력 같은 절차도 한번으로 해결된다.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앱으로 결제하면 알아서 집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기업의 이점도 상당하다. 전 유통채널의 재고가 실시간 파악되므로 A매장에서 매진된 상품을 재고가 남아 있는 B매장이 대신 발송해 판매하거나 온라인몰에 주문된 제품을 원거리의 물류창고가 아닌 배송지 인근매장에서 발송해 물류비를 절감하는 식으로 말이다. 예기치 못하게 특정 채널이 붕괴됐을 때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옴니채널을 통한 쇼핑 편의성 제고가 유통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워줄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통채널의 단절성과 복잡성 때문에 구입을 미루거나 포기했던 고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CPR의 조사에서도 옴니채널을 통해 간편하고, 연속적이며, 개인 맞춤화된 쇼핑환경이 제공되면 더 많은 상품의 구매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가 무려 93%였다.
유통· 물류· 마케팅 혁신의 화두
이 점에 주 목한 미국과 유럽 등지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수년전부터 옴니채널 구축에 박차를 가해왔다. 제품에 부착된 버튼만 누르면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 재구매가 이뤄지는 ‘대시(dash)’와 1시간 배송서비스 ‘프라임나우’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아마존이 대표적 사례다. 영국 패션브랜드 오아시스의 경우 매장 직원들이 아이패드를 휴대한 채 고객을 맞는다. 직원들은 이를 활 용해 최신 제품정보를 전달하고, 신속한 결제를 도우며, 고객이 찾는 사이즈가 소진됐을 때는 온라인 주문까지 원스톱 처리해준다.
우리나라는 올해가 옴니채널의 원년이다. 롯데그룹, 삼성그룹, 신세계그룹, 홈플러스, GS리테일 등이 옴니채널을 신성장동력의 핵심 키워드로 삼아 시스템 구축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에서 주 문한 상품을 롯데백화점 지점에서 수령하는 엘롯데와 롯데닷컴의 ‘스마트픽’, 온라인 주문상품을 당일 매장에서 수령하는 신세계백화점의 ‘매직픽업’, 매장 내의 키오스크로 물건을 주문·결제하면 집으로 무료배달해주는 홈플러스의 ‘키오스크 서비스’가 그 실례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 등 몇몇 선도적 기업은 2세대 옴니채널로의 진화를 준비 중이다. 비컨(beacon) 같은 센싱기술로 일정 거리 이내의 스마트폰을 감지, 고객 위치를 파악한 뒤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는 위치기반 근거리 정보서비스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선 고객의 신상정보와 시기별 구매 이력, 구매 패턴, 선호도 등의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지만 구현에 성공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개인정보의 오남용과 유출 우려, 원치 않는 스팸 메시지의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극복해야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옴니채널은 유통업계에 있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그 과실(果實)은 기업에게는 성장의 기회, 소비자에게는 쇼핑의 즐거움으로 돌아올 것이다.
82%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격을 비교하고 리뷰를 확인한다고 답한 고객의 비율. (출처: First Annapolis Research. 2013)
21%
상품 구입 채널이 4개 이상이라고 답한 소비자의 비율. (출처: First Annapolis Research.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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