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한 때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던 주가연계증권(ELS)가 화려한 백조로 변신하고 있다. 증시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희석되면서 안정적으로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는 ELS가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27일 기준 ELS 발행 규모는 5조1,943억원으로 월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2조7,6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90% 가량이나 급증한 것이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5조원, 해외주식형에서도 1조원 이상 환매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펀드에서 빠져 나간 자금의 70% 이상이 ELS로 옮겨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증시 상승으로 주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투자 수단을 찾으면서 ELS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올라야 수익이 나는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와는 달리 ELS는 주가가 일정 구간 안에서만 움직이면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고 있어 불확실한 장에서의 안정적인 대안 투자처로 꼽힌다. 여기에 증시가 2,000선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됐다는 점도 ELS의 상대적 강점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ELS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은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 투자 성향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증시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나 랩어카운트에서 구조적으로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ELS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투자본부장도 "지수가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면이 있고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이탈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기호에 맞는 보다 안정적인 상품에 자금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정치적 리스크와 이란발 유가상승 등 불안 요소가 남아 있어 안정성이 높은 ELS 쪽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ELS에 뭉칫돈을 쏟고 있는 현상은 고액 자산가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전체 ELS 발행 금액 가운데 51%를 차지했던 사모 ELS 비중은 올 1월 58%로 오른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60%까지 껑충 뛰었다. 지난 해 10월 8,782억원에 불과했던 사모 ELS 발행 금액이 올 1월 1조5,855억원에 이어 2월에는 2조8,945억원에 이르고 있다.
고객자산가들의 경우 얼마나 수익을 냈느냐 보다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내 자산을 운용하느냐에 관심이 크고 따라서 이러한 특징이 ELS에 대한 선호도를 그 만큼 높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혁준 우리투자증권 에쿼티파생팀 차장은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수요가 늘면서 지난 해 1조원대였던 사모 ELS 월평균 발행 규모가 올 3월에는 2조원을 넘어섰다"며 "사모 ELS의 경우, 공모보다 보수적으로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고액 투자자에게 강점으로 다가서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모 ELS의 경우 사모펀드와 유사하게 49명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된다. 특히 공모 ELS보다 상품 발행 소요 시간이 짧아 기초자산 기준가격을 정하는 날짜와 발행 일자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 변화에 따른 위험성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코스피200·홍콩항셍지수 기초자산 2월 1조3,000억 발행… 2배 급증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점차 사그라지면서 개별 종목보다는 지수를 이용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크게 늘고 있다. 동양증권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코스피200과 홍콩항셍차이나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규모는 1조3,074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664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또 코스피200과 S&P500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도 3,789억원을 기록해 1년전(488억원)보다 무려 3,301억원 늘었다. ELS 발행이 늘면서 점차 국내와 해외지수를 동시에 활용한 ELS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 등 악재가 점차 사라지면서 해외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해외 증시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HSCEI는 저점을 확인했다는 안도감에서, S&P500의 경우 해외 지수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S&P500은 지난 달 28일 1,405.54로 장을 마감하면서 올 들어 10% 이상 올랐다. HSCEI도 연 초와 비교해 2% 가량 소폭 오른 상태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지수를 활용한 ELS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증시 흐름과 연관이 깊다"고 설명했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