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현대기업금융 등 소규모 금융계열사 3곳에 대한 직접 경영에 돌입하며 커다란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금융 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알려 일각에서 제기된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대중공업의 자회사 현대기업금융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정몽일 회장과 김재근 대표이사의 사임을 결정했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8남이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기업금융의 자회사 현대기술투자 대표직도 내놓았다. 현대기업금융의 또 다른 자회사 현대선물의 김광남 대표도 퇴진하기로 했다. 이들 금융 3사 대표자리는 모두 현대중공업 현직 임원이 채운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현대선물 대표를 겸직하고 현대기업금융·현대기술투자 대표는 당분간 현대중공업 상무급 임원이 맡기로 했다. 지금까지 이들 금융 3사에 대한 경영은 정몽일 회장이 맡고 현대중공업은 최대주주로만 존재했지만 이날을 계기로 현대중공업 직접 경영 체제로 바뀐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금융계열 3개사가 소규모이고 하이투자증권 등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며 "금융계열사 재편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기업금융과 현대기술투자·현대선물의 매출액(영업수익)은 각각 128억원, 91억원, 267억원으로 세 곳을 모두 합쳐도 5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또 현대기업금융과 현대선물은 각각 32억원, 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규모도 작고 영업실적도 좋지 않은 만큼 이들 금융 3사는 구조조정 1순위였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대 영업손실을 본 뒤 인력 감축과 계열사·사업 부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현대자원개발을 현대종합상사에 편입시켰다. 이번 금융 3사 재편 계획도 그룹 구조조정 과정의 하나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이 금융 3사와 하이투자증권 간 시너지가 부족했다고 진단한 만큼 앞으로 재편은 회사 간 합병이나 사업부문 조정 등 굵직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이날 "금융 분야를 그룹의 주요 핵심 사업 중의 하나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힌 만큼 하이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매각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기업금융은 1996년 현대종금의 자회사로 출발해 기업 대출·투자 등의 영업을 한다. 1997년 설립된 현대기술투자와 현대선물은 각각 벤처기업 육성·창업투자, 선물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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