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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가뜩이나 저성장에 허덕이는 우리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전염병이 창궐했던 나라들이 경제성장률 하락 등 유·무형의 경제손실을 공통적으로 경험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이번 메르스 상륙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피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치명적 전염병의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 서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돼 올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다. 이 '죽음의 바이러스'로 인해 라이베리아·기니·시에라리온에서 모두 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은 에볼라로 인한 이 세 국가의 올해 손실액을 14억달러로, 세계은행은 16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이들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 2002~2003년 본격 창궐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은 전 세계적 교류가 빈번한 아시아 지역을 주요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 경제손실이 막대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추정한 사스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전 세계에 걸쳐 500억달러에 육박한다. 당시 주요 발병 국가였던 중국의 2003년 2·4분기 GDP 성장률은 7.9%로 전 분기보다 무려 3%포인트 폭락했고 홍콩은 같은 기간 4.1%에서 -0.9%로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해야 했다. 이 밖에 지난 1991년 페루에서 발생한 콜레라는 7억7,000만달러의 손실을 입혔고 1998년 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레이시아의 '니파 바이러스'로 피해액도 6억71,00만달러에 달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독감 사태'도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1919년의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아시아 독감(1957년·사망자 200만명), 홍콩 독감(1968~1969년·100만명)이 유행했을 때 해당 국가는 물론 글로벌 경제 전체가 흔들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아시아 독감 발병시 2차 감염 확산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955년 7.2%에서 1957년에는 2.0%, 1958년에는 -0.9%로 계속 후퇴했다"며 "홍콩 독감 때에도 미국의 경제성장률 및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전염성이 강하거나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특정 지역에 창궐하게 되면 해당 국가 국민들은 백화점 및 식당 등 공공장소의 출입을 삼가게 되고 이는 소비자 및 투자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다. 또 많은 노동 인력이 일을 멈추면서 제품 생산 및 수출에도 타격을 입히고 이는 대외 무역 감소로 연결된다.
여행객 급감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상당하다. 지난 사스 발병 당시 아시아와 북아메리카권의 항공사들은 2003년 한 해에만 70억달러의 매출액 손실을 입었다. 세계은행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정부의 재량 지출 및 여행객 감소로 인한 피해액은 전염병 발생에 따른 전체 손실액의 60%를 차지하며 병의 치료 및 일시 휴무 등에 따른 노동 손실 비용도 28%에 달한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경제 타격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대만과 홍콩·중국 등지에서 한국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의 취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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