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는 중소기업의 이색 상품이 한국의 수출 확대에 큰 힘을 실어주며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여는 숨은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과거 주로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2ㆍ3차 협력업체로 수출에 공헌했던 중소기업이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노크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무역 2조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중소기업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세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방용품 업체 락앤락은 지난해 인도 시장에 마치 벌집 모양의 식품보관용기를 내놓았다. 마살라(인도의 갖가지 향신료의 통칭)를 사용하는 인도인의 식문화를 고려해 향신료가 서로 섞이지 않게 분리막을 넣은 것이다. 또 탈부착이 가능한 스푼도 같이 판매함으로써 인도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락앤락은 중국의 차통, 북유럽의 애견용품 등 현지인 들의 생활습관을 감안한 맞춤형 이색 상품 등을 세계 110여 국에 팔고 있다. '열사의 땅' 중동에서도 한국 히트 상품이 많다. 일교차가 큰 기후 특성을 노리고 들어간 국내 중소업체의 '한국산 인조 밍크담요'는 현지에서 최고의 선물용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한국산 인조 밍크담요는 인도ㆍ파키스탄ㆍ방글라데시ㆍ스리랑카 등지에서 중동에 온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 가장 많이 찾는 선물 아이템"이라며 "인도ㆍ파키스탄 지역에서는 인조 밍크담요가 한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해 결혼식에 걸어둘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중동 여인들이 쓰는 히잡에 사용되는 원단도 한국산 실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중동 가정의 보물을 지키는 금고도 한국산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다. 코란 카세트, 코란 프로그램이 깔린 MP3, 코란이 내장된 TV(디보스) 등도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산 침구류가 최고 인기다. 침구류 업체 에버피아는 베트남 북부ㆍ남부 지역의 기후가 다른 점에 착안, 기능과 디자인을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장악했다. 에버피아는 평균 20%의 시장점유율로 12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활동 무대는 비단 신흥국과 중동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앞서 지난 2007년 미국에 진출한 한경희생활과학은 올해도 미국 홈쇼핑 1위 업체인 QVC에서 연일 스팀청소기 판매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올 5월에는 2시간 제품 론칭 방송에 500만달러의 매출을 거두기도 했다. 카펫바닥이 일반적인 미국 가정을 감안해 '바닥이 젖지 않는 살균 청소기'를 내놓아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이다. 금영은 정보기술(IT)을 노래방 기기에 접목한 무선리모컨ㆍ곡목검색기 등을 도입해 노래방의 본산지인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병석 KOTRA 오사카 무역관장은 "일본 바이어들에게 왜 한국 제품을 찾는지를 물어봤더니 대다수가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며 "독창성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하면 차별화된 한국 상품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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