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연령층과 생활문화의 변화에 따라 모내기나 가을 벼 베기를 하며 들판에서 마시던 농주에서 체육대회ㆍ축제 때 선후배와 어울려 마시던 추억의 술, 산행 중 일행과 정담을 나누며 한두 컵 나누는 술, 전문점 등에서 하양ㆍ핑크ㆍ보라ㆍ검정 등 다양한 색깔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술로 이미지가 바뀌어가고 있다.
막걸리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중반인데 일본에서 먼저 한류 열풍과 더불어 다양한 칵테일 막걸리가 인기를 끈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수출이 늘어나자 우리도 관심을 갖게 됐고 식문화에 불어닥친 웰빙 바람과 함께 시장이 급성장했다. 막걸리 국내 생산량은 2006년 17만㎘에서 2010년 41만2,000㎘로 약 140%, 같은 기간 수출은 224만달러에서 1,558만달러로 약 560% 성장했다. 막걸리는 한류 열풍과 더불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첫걸음을 하고 있다. 잘만 하면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 일본의 사케처럼 세계인의 뇌리에 한국의 대표 술로 각인될 수 있다.
좋은 재료로 끊임없는 변신이 살 길
그런데 걱정의 목소리도 많다. 가격이 너무 싸 주류 유통업체들이 '인건비는 고사하고 유통비용도 나오지 않는다'며 취급을 안 하는 막걸리를 한국의 대표 술로 홍보해도 괜찮겠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국내 주요 막걸리 생산업체들은 그래서 자체 망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중소 생산업체들은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 막걸리가 잘 팔리기를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막걸리는 지난 30년 동안 싸게 만들기 경쟁만 해왔다. 생산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싼 원료를 사용하고 유통업체는 큰 마진을, 소비자는 싼 막걸리를 추구했으니 '싸구려 막걸리'는 3자가 빚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지금도 우리 막걸리 생산ㆍ유통ㆍ판매에서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옛날의 막걸리가 아니다. 한류열풍과 더불어 한국이 전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우리 것 중 막걸리보다 더 좋은 아이템이 어디 있는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막걸리의 고급화다. 싸구려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술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는 생산자의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막걸리가 사랑 받는 것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됐기 때문이다. 생산자는 품질 좋고 독특한 막걸리를 생산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는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품질을 개선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대신 좋은 막걸리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막걸리는 싸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면 막걸리의 미래는 없다. 소비자들이 좋은 쌀과 우수한 기술력이 투입된 막걸리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돼있어야 싸구려 막걸리의 악순환을 선순환 구조로 바꿀 수 있다.
싸구려 탈피 한국대표 술로 우뚝 서길
최근 우리는 좋은 경험을 했다. 프랑스 '보졸레누보'를 벤치마킹한 햅쌀 막걸리, 일명 '막걸리 누보'의 약진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막걸리의 날인 10월 넷째주(27일)부터 출시해 연말까지 판매된 햅쌀막걸리의 양은 약 300만병으로 전년보다 30%가량 늘어났다. 햅쌀막걸리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정착해가고 있으며, 좋은 재료로 좋은 품질의 막걸리를 만든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막걸리 제조기술 개발과 유통구조 개선의 원동력은 소비자의 관심이다. 국민들이 사랑하고 변화를 요구하면 막걸리도 끊임없이 변신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막걸리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K팝과 더불어 자랑스런 우리의 전통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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