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외국인으로는 319년 영국은행(BOE) 역사상 최초로 총재가 된 마크 카니(사진ㆍ48)가 BOE의 개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BOE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와 딜로이트에 은행운영 방식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컨설팅을 맡겼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BOE가 외부 컨설팅을 맡긴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가급적 외부 컨설팅을 자제해온 영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개혁의지가 확고하다는 뜻으로 변화의 폭도 광범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BOE는 샬롯 호그 BOE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수장으로 하는 자체 운영전략검토 테스크포스(TF)도 발족시켰다. 맥킨지와 딜로이트는 TF와 함께 업무를 수행해 내년에 개혁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그 COO는 7년간 맥킨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BOE의 개혁 드라이브는 지난해 말, 카니가 BOE 차기 총재로 지명된 순간부터 영국정부와 카니 본인이 벼르고 있던 사안이었다. 영국 정부는 BOE가 비대하고 관료주의 문화가 만연해 2008년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왔다. 이어 20년간 BOE에 몸담았던 머빈 킹 전 총재의 후임으로 외국인인 카니 총재를 임명하는 파격안을 내놓으면서 그에게 개혁을 맡겼다. 카니 총재 역시 지난 2월 하원 청문회에서 “기관장이 바뀐다는 것은 기관이 바뀐다는 것”이라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카니는 우선 ‘BOE 업무의 효율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맥킨지는 은행 업무 과정과 자원 배분 형태 등을 중점 분석할 예정이며 딜로이트는 IT 부서와 인력 활용 등을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금융감독청(FSA)이 BOE로 흡수되면서 부처간 중복되는 업무에 대한 조사 및 배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카니 총재가 이러한 작업을 통해 비용절감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카니 총재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시절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개혁을 단행해 매년 1,500만파운드를 절약하고 인력의 7%를 구조조정 한 바 있다. 다만 FT는 BOE의 통화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카니 총재의 생각대로 개혁안이 순조롭게 실행될지는 미지수라고 FT는 분석했다. 부처간 업무 배분 과정에서 부처장끼리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BOE로 편입된 FSA 직원 중 일부가 BOE 내 상위 조직원보다 임금이 많아 직원 임금체계 조정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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