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주요은행들이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삭감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경제사정 악화로 인해 실적이 부진해 비용절감을 추진하면서 CEO 보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영진의 판단 실수나 감독 소홀로 큰 손실을 본 은행들의 경우, 감독당국과 주주들이 CEO 및 최고경영진에 대한 보수 삭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은행 CEO들은 지난해 수익감소와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연간 11%나 올랐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미 기업임금 조사업체인 에퀄러에 따르면 기본급여, 현금 보너스, 스톡옵션 등을 합친 15개 주요은행 CEO들의 보수는 지난해 평균 1,280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JP모건 체이스의 파생상품 손실, 바클레이즈은행의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 HSBC 등의 이란과의 불법 자금거래 등 대형은행들의 추문이 잇따라 터지면서 최고경영진들에 대한 투자자들에 불만이 갈수록 쌓이고 있는 상태여서 은행 입장에서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위스계인 UBS는 CEO의 보너스를 은행의 순이익 또는 고정급여에 연동해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액셀 위버 UBS 이사회 의장이 유럽과 미국의 주주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태. UBS는 내년 5월 주총에 새로운 보수지급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고정급여에 보너스를 연동하는 것은 영국계인 바클레이즈와 HSBC가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들 은행들은 보너스 한도를 고정급여의 250~300%로 설정해 놓고 있다.
UBS 지난 봄 주총에서 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져 최고경영진의 보수에 대해 겨우 60%의 찬성을 얻어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주주들은 CEO의 보수에 대한 철저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보수 자체도 너무 많다고 비판 했었다.
또 다른 스위스계 은행인 크레딧 스위스는 고위 임원들의 보수한도를 은행 순이익의 2.5%로 한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지난해 도입했다. 도이치 뱅크도 150명의 고위 임원들에 대한 주식배당(후배주ㆍdeferred share)을 일반적 관행인 3년 대신, 5년 이상으로 묶어놓고 있다.
미국 주요은행들도 CEO의 보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실패로 7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가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제이미 다이먼 CEO와 고위 임원들의 보너스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이먼 CEO는 지난해 연간 2,3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주요 은행의 CEO 가운데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의 기본급은 150만 달러에 지나지 않지만, 현금 보너스와 주식 보너스로 각각 450만 달러, 1,700만달러를 받았다.
이 은행은 이미 거래 손실에 책임이 있는 4명의 전 임원들에 대해 연봉 환수 등의 조치를 단행한 만큼, 다이먼 회장에 대해서도 올해 책정된 현금 보너스의 일부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사회에서 내년 최고 경영진에 대한 보수를 책정할 때도 이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다이먼은 이 사건 초기인 4월 '찻잔속의 태풍'이라고 과소평가했다가 5월에 급기야 잘못을 인정한 바 있다. JP모건의 파생상품 손실은 올 2ㆍ4분기까지 확정된 것만 58억달러에 달하며 최종적으로 7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자산 기준 미국 3위 은행인 씨티그룹 역시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년도 보수를 일부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의 주주들은 지난 4월 경영진의 보수에 대해 거부표를 던지자,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새로운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 은행의 비크람 판디트 CEO는 지난해 1,49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 봄 주총에서 씨티그룹의 주주들은 판티트 CEO의 급여안을 55%의 반대로 부결시킨 바 있다. 지난해 44%나 폭락한 씨티그룹의 주가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 당시 미 언론들은 은행 주총에서 매우 드문 일로 경영진에 대한 질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