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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담배 소송


만병통치약과 마약. 담배의 두 얼굴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완벽한 기쁨의 완벽한 형태'라 찬미하고 조선의 선비 이옥은 '담배는 오장육부를 향기롭게 한다'며 18세기판 담배백과사전 격인 '연경(煙經)'을 남겼다. 고대 마야에서는 무당이 누리는 특권이자 임신부를 악마로부터 지키는 영물로 여겨졌다. 요즘에야 건강과 돈을 태워버리는 주범으로 지탄받지만 20세기 중반까지 담배는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담배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공식 기록상 조선에 담배가 들어온 시기는 1616년. 조선왕조실록에는 불과 5년 만에 전국으로 퍼졌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뿐 아니다. 유럽인들이 중남미에서 가져온 담배가 지구 전역으로 확산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1세기 남짓. 남녀노소와 흑백을 가리지 않고 전인류가 공유하게 된 최초의 기호품이 바로 담배였다. 담배는 버지니아의 청교도들에게 풍요도 안겨줬다. 담배농장에서 신대륙 최초의 산업인 담배산업이 성장하고 범선들은 잎담배를 부지런히 유럽으로 실어 날랐다.

△담배해악론이 고개를 든 것은 20세기 중반부터.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야기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담배회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 줄을 이었다. 1954년 최초의 유해소송이 제기된 후 30여년 동안 담배회사가 모두 승소했으나 1990년대 들어서며 상황이 바뀌었다. 1997년 미국 대법원은 담배피해환자의 편에 서서 '담배회사는 50개 주정부에 25년간 2,060억달러를 물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에서 변호사들이 받은 수입료와 승소사례비만 81억달러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으로는 담배소송을 처음 제기하는 점도 그렇거니와 최소한 조 단위를 넘길 천문학적 소송가액에 눈길이 간다. 소송전이 현실화하고 건보공단이 승리한다면 흡연은 줄어들겠지만 애연가들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배상금을 내기 위해 재원이 담뱃값 인상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가슴 졸이게 생겼다. 7조5,000억원에 이르는 담배로 인한 세수가 영향 받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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