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탔던 아웃도어가 도심으로 내려온 지 몇 년 사이 아웃도어 브랜드는 스포티즘와 일상복을 더욱 겸한 시티룩과 스트리트룩을 표방하며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브랜드에 따라 어반 아웃도어, 캐주얼 아웃도어, 스트리트 아웃도어, 컨비니언스 아웃도어 등 각기 다양한 콘셉트를 내세우지만 결국 목적지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 중심으로 놈코어, 애슬레져(운동+레저) 붐과 결합되며 다양한 복종의 믹스매치를 통해 개성을 살리는 패션 스타일링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번 시즌 라이프스타일이 옮겨 붙은 곳은 바로 아웃도어. 과거 아웃도어가 순수한 등산복이던 시절에는 40~50대의 전용물로 여겨졌지만 패딩을 비롯한 캐주얼 제품으로 영역 확대와 함께 20~30대 젊은 층을 주요 소비층으로 끌어 들이면서 아웃도어는 훨씬 더 일상복에 가까워 졌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독립적인 생각과 멋을 표출하길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일상에서도 쉽게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도록 진화된 아웃도어는 어느 때보다 매력적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해 까지만 하더라도 복잡한 절개 패턴과 알록달록하거나 레드, 오렌지 등 강인한 계열의 색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특히 올 가을부터는 유럽 아웃도어처럼 무채색 계열, 심플한 디자인, 솔리드 및 톤온톤 색상의 물결이 대세다.
등산과 레저, 스포츠 뿐 아니라 직장인들의 출퇴근용까지 일상에서 범용적으로 호환 활용 가능한 의류로 다시 태어나 오히려 활용도가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야외 활동에 특화된 디자인에서 완전히 벗어난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아웃도어 제품을 입고 있어도 상대가 산을 다녀왔는지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캐주얼의 향기가 강하다. 그래서 더욱 젊어졌다.
한국의 아웃도어 트렌드는 튀지 않는 스타일에 실용성을 추구하는 아웃도어 본고장인 유럽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추세다. 아웃도어 본연의 정체성은 살려 더욱 강화된 기능성 소재에 멜란지 느낌의 방수 소재, 자카드 원단 등도 나와 소재도 한층 어려졌으며 신사복에서 멋을 내기 위해 전통적으로 쓰이던 헤링본, 데님 컬러의 스포츠 코튼 까지 소재를 통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도 주요 트렌드다.
올해 또 유난히 돋보이는 제품은 바람과 일교차가 심한 가을 간절기와 한겨울 두꺼운 패딩 안에 겹쳐 입을 수 있는 초경량 제품으로 하이브리드룩을 지향한다. 대신 지난 몇 년 간 큰 인기를 누렸던 두툼한 헤비다운의 인기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간 아웃도어가 패션을 지배하면서 웬만한 소비자들은 헤비다운 1~2벌씩을 갖춘 데다 몽클레어, 에르노 등과 같은 프리미엄 패딩의 득세로 아웃도어의 헤비다운은 한겨울 버킷리스트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도심형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아웃도어가 거듭남에 따라 용품과 잡화도 이와 어울리는 제품들이 대거 나왔다. 아웃도어의 기본인 수납성을 유지하면서도 도시적 감각과 세련된 디자인을 접목한 미니 숄더백이나 휴대성과 경량성을 강조해 나일론 및 메쉬 소재를 활용한 가방이 눈에 띈다.
또 도시 및 야외활동의 필수품이 된 선글라스 등 데일리 룩에 어울리는 소품이 처음 선보였다. 남윤주 블랙야크 마케팅 팀장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기능성과 디자인에 변화를 준 제품들을 각 브랜드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내놨다"면서 "산행룩, 데일리룩, 스트리트패션룩으로 멀티 유즈가 가능한 젊은 아웃도어를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