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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줄지어 구글회장 만났지만…


'알맹이 없는 정치 쇼(Show)'라는 말은 종종 듣지만 '알맹이 없는 경영 쇼'라는 말은 드물다. 분초를 다퉈 기업 실적을 올려야 할 경영자들이 의례적으로 만나서 빈손으로 헤어지는 일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일이 두 번째로 발생할 태세다. 에릭 슈미트 현 구글 회장이 지난 2007년 한국을 찾았을 당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은 온통 그의 행보에 쏠렸다. 슈미트 회장은 당시 SK텔레콤 사장과 다음 대표를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의 이번 방한도 시간이 지나야 좀더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앞서의 방문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슈미트 회장과 줄지어 만난 국내 CEO들이 논의했다는 내용을 아무리 훑어봐도 결론은 '모든 IT 트랜드와 관련한 모호한 협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슈미트 회장과 만난 모 기업 CEO의 경우 경쟁사 CEO들이 면담 약속을 잡았다는 소식에 뒤늦게 부랴부랴 접촉해 간신히 그를 '알현'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왜 그들은 빈손으로 헤어졌을까. 일단 우리나라 IT의 위상이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는 게 근본적인 이유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으로 급증했다며 빠른 적응력을 자화자찬했지만 우리나라는 모바일 강국으로 거듭난 게 아니라 트랜드를 빨리 따라잡은 것뿐이다. 구글이 신경 쓸만한 서비스나 플랫폼 자체가 없으니 자연히 덕담만 오갈 수밖에 없다. 슈미트 회장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글 월릿'을 언급하며 협력을 요청한 점도 비슷한 관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구글은 그저 자신의 플랫폼과 서비스를 전세계 표준으로 굳히고 싶은 것뿐이다. 구글의 눈에 한국의 IT 기업들은 같이 성장할 동반자라기보다 확대해나가야 할 시장의 포섭 대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시 말해 SK텔레콤이든 KT이든 각 사의 기존 서비스가 구글 서비스의 확대 전략에 휩쓸릴 가능성과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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