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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통보다 오만이 문제다


"왜 취재해."

지난 11일 오후7시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자리한 별관 앞에 한 남자가 다가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보좌진 중 한 사람이다. 당선인과 인수위 사이에서 소통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그에게 기자가 다가가 인사했다. 기자와 안면이 있던 그는 처음에 화답했다. 그러나 기자가 "오늘 회의 하시나"라고 묻자 그는 "왜 취재하느냐"라고 일축한 뒤 별관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는 당황했다. 정식으로 인수위의 취재허가를 받은 기자가 인수위 관계자로부터 왜 취재하냐는 힐난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공식적인 발표 이외 해줄 말이 없는데 왜 묻느냐는 뜻으로 한 답변일 것이다. 그러나 기자에게 그의 말은 사적인 접촉은 괜찮지만 공적인 취재는 안 된다는 소리로 들렸다.

취재원은 언론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취재를 통제할 권력은 없다. 그의 태도는 공식소통을 강조한 인수위의 원칙과도 어긋난다.

홍기택 인수위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취재열기로 인해 남자기자들과 어깨를 부딪치자 "조심하라. 내 민감한 곳이다"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이튿날 아침에 여자기자와 부딪쳤을 때도 "건들지 마. 어제 말했잖아"라고 했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농담이든 아니든 할 말은 아니다.



그는 기자들이 취재원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이른바 '뻗치기 취재'에 대해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자택을 찾아가 기다리는 뻗치기 취재는 사생활을 침해하므로 일견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는 주말에 자신을 따라붙지 않은 기자들에게 "(뻗치기 하지 않는)게으른 사람들에겐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 농담이지만 앞뒤가 맞지 않다.

더구나 홍 위원은 기자들에게 대부분 반말을 한다. 나이가 20~30대인 기자들이 그보다 어린 탓에 편하게 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적인 사이가 아니다. 기자는 개인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를 구독하는 수많은 독자를 대신해 묻는 셈이고 그 역시 독자에게 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국민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그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섣부른 내용을 내보내지 않으려는 보안의식과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오만한 태도는 구별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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