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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연금 지급 보장해야" 주장 재부상

낮은 보장·기금 고갈 논란에 지급보장 목소리 커져

국민연금 급여율(소득대체율) 50% 상향 논란 과정에서 국민연금 제도를 책임진 보건복지부의 의도와는 달리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더 깊어지는 역풍이 불고 있다.

국민연금 자체에 잠복해있던 온갖 문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탓이다. 이는 복지부가 정치권의 주장에 ‘보험료 폭탄론’과 ‘미래세대 부담론’으로 대응하면서 빚어진 예상 못 한 부작용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야당 주장대로 설혹 명목 소득대체율을 올리더라도 실질 급여율이 오르지 않는 등 그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를 배로 대폭 올려야 하거나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는 반대논리를 전개했다.

특히 ‘기금고갈론’을 다시 끄집어낸 게 화근이었다. 명목 소득대체율을 상향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더라도 현행 9%인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기금은 2060년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로 말미암아 논란의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어 오랫동안 국민연금 주변을 떠돌며 괴롭혔던 유령인 ‘국민연금 폐지론’이나 ‘탈퇴론’을 다시 불러내는 양상을 빚고 있다.

실질 노후소득보장 기능도 약하고, 적립기금도 고갈돼 나중에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며, 청년세대의 부담만 가중할 뿐이라면 이참에 아예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없애든지 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조성에 힘써야 할 복지부가 발등의 급한 불을 끄려다 되레 더 큰 불씨를 키운 꼴이 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과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률로 국가지급을 보장한 공무원 연금처럼 법적으로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명문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지급 법적 보장 논의는 2차 연금개혁(2007년)의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한 2006년 5월 참여정부 당시 유시민 복지부 장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시민 장관은 여야 정당과 연금개혁 협상을 벌이면서 그 당시 추계대로라면 2047년을 전후로 연금기금이 고갈되거나 재정적 파산 상태에 빠지는 등 최악의 상황이 예상됨에도 국민연금 가입자가 수급액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게 정부가 연금 지급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보험료율은 9% 그대로 유지하되 소득대체율만 60%에서 2008년에 50%로 낮추고, 이후 해마다 0.5%포인트씩 떨어뜨려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하는 선에서 그쳤다. 다만 급여율이 급격히 떨어져 노후 소득보장 기능이 약화한 점을 고려해 빈곤노인을 위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이후 국민연금 지급 법적 보장 논의는 더 진행되지 못하고 소강상태에 빠졌다.

그러다가 6년이 지난 2012년 7월 친박계(친박근혜) 핵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안과 불신 해소 차원에서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책임을 명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김 의원의 개정안 제출 이후 8개월이 지나고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2013년 4월 복지부와 당정협의를 하고 그해 4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 소진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씻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가 국민연금의 안정적, 지속적 지급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담은 이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는 등 일사천리로 입법화 문턱에까지 갔다. 큰 논란이 없는 한 상임위와 본회의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휘청거렸다.

정부는 국가 재정건전성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까지 지급 보장하기 부담스럽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 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국가의 잠재적 부채(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모른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국가 채무비율이 높아지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정부나 공기업, 사기업이 국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높은 가산 금리를 물어야 하며 국제 경쟁력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금고갈로 연금을 못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씻고자 정치권이 내놓은 해법은 결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로 당시 4월 임시국회의 법사위에서 처리가 무산되는 등 거의 물거품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2013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의 지급보장 의무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조항으로 탈바꿈해 통과했다.

국민연금 고갈 때 ‘국가는 연금급여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보장한다’는 애초 원안의 문구는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이 조항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예산정책처는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기금 적자분을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법의 ‘국가의 책무’를 넓게 해석하면, 연금급여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에는 (기금고갈 후) 수지 적자분의 정부보전 외에도 보험료율 인상 등 다른 대책도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지급하고자 조세를 동원하는 게 아니라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올려 가입자한테서 더 많은 보험료를 거둘 수 있다는 말로 보험료 인상의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기금 적자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규정이 없기에 국가채무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 원종현 박사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보험료 강제징수에 따른 가입자의 납부저항을 막으며,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을 유도해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지급보장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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