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로 인해 직업의 '성역'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도 여성 노동력을 일본의 '성장엔진'으로 보고 여성 경제참여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남성 인력의 비중이 절대적인 산업에서 일본의 고용문화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가 주원인"이라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생산가능 연령 인구(15~64세)는 지난 2000년 1월 8,653만명에서 지난해 9월 7,779만명으로 떨어졌다. 14년 만에 10%나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사회에서는 일자리 수가 전체 구직자보다 10%가 많은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노동력의 감소는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이 크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달 1일 2014년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가 100만1,000명인 반면 사망자 수는 126만9,0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화물·운송, 부품제조 등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로 분류되던 산업에서도 최근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여성 인력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화물운송 업체 시미즈운유의 경우 현재 트럭운전사 중 10%가 여성이다. 이 회사의 에이지 시미즈 대표(CEO)는 "과거에는 지원자가 많아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여성들이 이 직종에 맞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있어 여성들을 고용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채용을 원하는 지원자 수가 급감하면서 여성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동일본 대지진 재건사업 등으로 일자리가 늘어난 건설 분야도 여성 인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의 한 여성 토목기사는 FT에 "이제 회사도 여성 엔지니어들을 무시할 수가 없다"며 "엔지니어 부족 현상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일본 정부도 노동력 감소를 늦출 수 있는 해법으로 여성을 꼽고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은 건설 현장에 여성을 위한 위생시설을 신축 또는 증축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각 학교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별도의 팀을 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건설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를 지금의 두 배인 2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정부의 고위직 여성 비율을 2020년까지 30%로 높이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현재 일본은 공기업 3,600여개 중 여성 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곳이 80%에 이를 정도로 여성 고위직 비율이 선진국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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