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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코드금융'에 국민만 피해… "민간 참여, 선순환 유도를"

■ 기술금융도 녹색금융 전철 밟나

MB정부 녹색금융 드라이브, 정권 바뀌며 지원 줄어 '찬밥'

박근혜정부 기술금융도 '저수익-고위험' 닮은 꼴

정확한 수요 분석 통해 장기 금융정책 수립해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축하행사''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녹색금융이 뒷받침해야 한다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녹색금융은 명맥이 끊길 판이다. /서울경제DB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인 지난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과제의 대표 브랜드로 내세웠다. 같은 해 2월 대통령 직속으로 컨트롤타워인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계획, 신성장동력 녹색금융 분야 세부 추진계획, 녹색투자 촉진을 위한 자금 유입 원활화 방안 등 녹색금융대책들이 대거 쏟아졌다.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며 금융권을 몰아붙이자 녹색금융상품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이라는 이름을 단 금융상품만 42개, 녹색성장과 관련된 펀드는 86개에 달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정책금융공사가 지원한 녹색금융 규모는 2009년 6조2,000억원에서 2010년 9조원, 2011년 12조원으로 확대됐고 2012년에는 17조7,000억원으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분위기는 달라져 2013년 16조4,000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12조4,000억원(9월말 기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우 환경 개선을 위한 금융의 역할이 강조됐던 반면에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을 통한 경제발전 촉진에 방점이 찍혔다"며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법, 기술, 인적 인프라 구축 등 정책 기준의 일관성과 지속성에 대한 신뢰도가 결여돼 장기 금융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금융이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육성책과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등 정권 코드에 맞춰 금융정책이 재단됐던 사례는 수없이 많다. 특히 동북아 금융허브를 위해 서울 여의도에 세운 국제금융센터(IFC)는 3개 건물 중 1개 동이 대부분 공실이다. 정권 초기인 1~2년 차에는 탄탄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책 추진에 동력을 받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이 떠안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술금융 역시 정권 후반기를 지나 정권이 바뀌면 극도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기술금융은 시중에 돈이 넘치는데 기술은 있고 담보는 없어 자금난에 시달리는 창업 벤처기업에 자금 공급을 제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창조의 씨앗을 뿌린다는 취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기술금융이다.



문제는 녹색금융과 기술금융이 닮은꼴이라는 데 있다. 기술금융 역시 신용을 바탕으로 장기대출을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녹색금융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 '저수익-고위험 상품'이다. 무작정 밀어붙여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더구나 금융권은 '학습효과'를 통해 정권의 입맛에 맞춘 금융상품들이 정권이 바뀐 후 어떤 결과를 맞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안정적인 대출기관인데 벤처캐피털처럼 모험기업에 대출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은 대출을 함부로 했다가 은행권의 부실 문제로 번지면 정부가 책임질 거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술금융이 차기 정권에서 '금기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금융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정확한 수요 분석을 통해 민간의 유입을 이끌어내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은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익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이나 녹색금융 등 정부가 꼭 추진해나가야 할 것은 꾸준하게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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