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앞으로 5년내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절반 가량을 민간 부문에 넘기기로 하는 등 '시장경제 체제 도입' 작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쿠바는 2008년 라울 카스트로(사진) 국가평의회 의장 취임 이후 각종 경제 자유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앞으로 중국ㆍ베트남과 같은 형태의 혼합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를 계획이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반세기 동안 공산주의 경제를 고수해온 쿠바가 시장경제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폐쇄 경제를 고집하고 있는 북한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쿠바 공산당의 에스테반 라조 에르난데스 정치국원은 22일(현지시간) 국영 TV에 출연해 "현재 쿠바 국내총생산(GDP)의 95% 정도를 국가가 생산하고 있다"며 "앞으로 4~5년 이내 GDP의 40~45% 정도를 민간 부문에서 생산하도록 해 혼합 경제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조는 "민간 경제 비중을 높이고 세금 징수를 늘리게 되면 지방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취임 후 국가주도형 경제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장 경제를 도입한 혼합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각종 경제 자율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쿠바 공산당은 지난해 4월 제7차 전당대회에서 311개의 개혁 조치안을 승인했으며, 국영부문의 인력을 최소 20% 감축하고 국영기업들에 대한 자율성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이발사ㆍ목수ㆍ포크댄서ㆍ택시기사 등 민간에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일자리 180여개를 공표하고 자동차 매매를 합법화했다. 11월에는 주택 매매 자유화 합법화 조치를 발표해 쿠바 국민뿐만 아니라 영주권자도 쿠바 내의 부동산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0년에도 외국인 투자가가 국유지를 최대 99년 동안 임대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과 과일ㆍ채소 등에서 사유재산 거래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쿠바 공산당의 이 같은 시장경제 도입이 정치 체제의 변화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리노 무리요 쿠바 경제장관은 지난 3월 교황 베네딕토 16세 방문 후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 개혁이 정치 개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임무는 쿠바식 사회주의 모델을 지속시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교황은 쿠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쿠바식 사회주의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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