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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정영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내로라하는 해외 사무소 경험이 밑거름<br>CEO 아닌 대표 영업사원으로 불러주세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아제르바이잔 켐핀스키 크레센트 호텔 조감도

설계·CM·감리 등 수주 구슬땀
해외공략·M&A로 몸집 키워 아시아 1위 건축서비스 목표

건축가 홀대받는 현실 안타까워… 설계비 현실화·정부 지원 필요


9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본사 사옥에서 만난 정영균(51) 대표의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 지난주 아르제바이잔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 연일 이어지는 회의와 업무보고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던 탓이라고 한다. 립글로스를 꺼내 입술에 바르며 그는 "원래 체력이 강한데 요즘은 좀 피곤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2007년부터 총괄 대표이사(CEO)를 맡고 있는 정 대표는 희림의 '대표 영업사원'이다. 해외 건축공사 수주와 발주처 관리를 위해 사흘이 멀다 하고 비행기에 오른다. 한 달에 세 차례 출장을 다녀오기도 한다. 정 대표의 이 같은 열정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져 희림은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7.6% 늘고 순이익은 70억원 증가해 흑자전환했다.

그는 "해외 실적이 없었다면 재작년과 비슷했을 것"이라며 "현재 약 21%인 해외 매출 비중을 더 늘려 2020년까지 아시아 1위, 세계 5위권의 종합 건축서비스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희림은 국내 건축사사무소 가운데 유일한 코스닥상장사다. 1970년 설립된 뒤 건축설계를 중심으로 건설사업관리(CM)와 감리(CS)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최근 들어 CM과 감리 부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1,454억원 중 CMㆍ감리 부문의 비중은 33%에 달한다. 이는 희림의 비전과 무관하지 않다. 정 대표는 "설계뿐 아니라 CM과 감리ㆍ시공관리까지 공사 전체를 통째로 수주해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희림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아제르바이잔과 베트남에서 설계와 CM을 동시에 수주하는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 설계ㆍCMㆍ시공관리까지 맡는 '브락(BRAC) 프로젝트'를 따냈다. 역시 시공사가 아닌 건축회사가 공사 전체를 수주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건축설계업체가 설계에서부터 시공관리까지 맡게 되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고 문화적 가치나 디자인 측면이 강조된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사업 다각화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은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축설계회사들의 탈출구다. 2000년대 초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희림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베트남ㆍ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특히 석유 부국인 아제르바이잔은 희림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2007년 켐핀스키 크레센트 호텔 설계를 맡은 후 수자원공사 격인 아제르수 신사옥과 SOCAR(국영 석유회사) 신사옥 설계를 수주했다. 올 들어서는 쟁쟁한 글로벌 설계회사와 경쟁해 바쿠 올림픽경기장 설계와 CM을 모두 따냈다.

정 대표는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시장은 계속 넓혀나가는 한편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남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면서 "또 미국과 유럽 시장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진출하고 싶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희림은 2011년 세계적 건축가인 피터 프란과 손잡고 미국 뉴욕법인을 설립했으며 베트남ㆍ아랍에미리트ㆍ이라크ㆍ중국 등 8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공항과 대형 경기장(스타디움), 병원(헬스케어)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공항은 희림이 인천공항공사와 함께 필리핀 팔라완 푸에르토프린세사공항의 새 여객터미널과 시설 개선사업 CM을 수주했고 인천국제공항 2단계 터미널 공사도 맡아 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분야다.

정 대표는 "개발도상국은 새 공항을 필요로 하고 이미 지어진 공항 역시 리모델링 수요가 많다"면서 "자원부국들을 중심으로 국제 스포츠행사 유치 수요가 늘고 있어 대형 경기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건축설계회사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희림은 여전히 왜소하다. 국내에서는 대형 설계회사로 꼽히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쟁사에 비해 직원 수와 매출 규모가 크게 뒤처진다. 세계적 CM업체인 에이컴은 직원만 2만명이 넘고 매출은 5조원에 달한다. 희림의 직원은 950여명이다.

정 대표는 "프로젝트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발주처에서도 전문성을 따지고 규모가 있는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데 현지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거나 인수합병(M&A)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엔지니어링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할 수도 있다는 게 정 대표의 복안이다.

건축은 창조경제의 한 축…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서울대 건축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사 학위를 딴 정 대표는 세계 굴지의 건축사무소인 '미첼&주르골라'와 '바워 루이스 스로워'를 거쳐 1994년부터 희림에 합류, 설계 부문 대표를 거쳐 2007년부터 총괄 CEO를 맡고 있다. CEO로서 경영활동으로 바쁜 와중에서도 본업인 건축가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려 애쓴다. 주요 프로젝트의 설계는 그의 손길로 한번 더 세련되게 다듬어진다.

건축가로서 그는 국내 건축설계 수준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정작 건축가와 설계가 홀대 받는 현실에 대해 크게 안타까워했다. 특히 건축설계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인식 부족을 지적했다.



"건축이 문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면 가치를 인정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예요. 선진국에서는 설계비가 공사비의 5~6%를 차지하고 10%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2~3%에 불과해요. 설계비를 줄인다고 예산이 절감되는 게 아니죠. 오히려 저가설계로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정작 한국에서 역차별 받고 있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고 정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수많은 해외 건축가가 참여했는데 국내 건축가에게 그 정도 돈을 주면 더 많은 열정과 정성을 들여 작품을 만들어냈을 것"이라며 "정부나 국내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지난해 중국인 왕슈가 받은 데 이어 올해는 일본의 이토 도요가 받는 등 일본ㆍ중국의 건축가에 비해 국내 건축가들의 창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환경 탓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이라는 것도 결국 국력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축설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국가적 지원이 보태진다면 우리도 세계적인 건축가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희림이 설계한 건축물에서 사람들이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는 그는 완성된 건축물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미완의 프로젝트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 대표는 희림에 합류한 뒤 의욕적으로 설계한 KB국민은행 본점과 코리아디자인센터가 IMF 외환위기로 무산되거나 당초 설계안과 달리 지어진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완의 프로젝트는 평생 가슴속에 담고 살아갈 것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할 프로젝트에 충실하려 합니다. 아제르바이잔 국기의 초생달 모양을 차용한 켐핀스키 크레센트 호텔이나 인천국제공항 2단계 터미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건축가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작품목록을 갖게 되는 셈이죠. 해외에 우리 건축문화ㆍ건축산업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더 많이 진행하는 것이 꿈입니다."






W서울워커힐·SK케미칼연구소 등 설계… 건축문화대상 단골 손님

국내외 랜드마크 설계 앞장

성행경기자

1970년에 설립돼 한국 근대건축 역사와 함께한 만큼 희림이 설계한 유명 건축물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국내에는 인천국제공항과 COEX, 서울중앙우체국청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W서울워커힐호텔, 부산 영화의전당,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등이 대표적이다. 공동주거 분야에서도 희림의 설계로 랜드마크단지가 된 곳이 다수다. 제주 노형지구 솔빛 머금은 남쪽마을 뜨란채와 수원 권선동 아이파크, 성남 판교 대림휴먼시아 등이다. 이들 건축물의 상당수는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1994년부터 희림에 합류한 정영균 대표도 한국건축문화대상과 인연이 깊다. 1997년 니콘프레시전코리아 사옥 설계로 입상한 데 이어 경기테크노파크(우수상), W서울워커힐(특선), 제주노형지구 공동주택(대상), 천안시청사(우수상), 성남 판교 대림휴먼시아(대상), SK케미칼연구소(대상) 등이 정 대표가 설계에 직접 참여해 수상한 건축물이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설계한 건축물 중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봉황을 콘셉트로 해 외국인들이 한국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설계비도 국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가장 많은 518억원에 달한다.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총 6만석의 관람석 중 절반을 대회 후 해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친환경 경기장이다.

해외에서도 희림은 랜드마크시설을 다수 설계했다. 아제르바이잔 국기 상징인 초승달 모양을 형상화한 켐핀스키 크레센트 호텔은 CNN 등 해외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방글라데시의 브락3타워는 희림이 창사 이후 수주한 공사 중 가장 금액(987억원)이 큰 프로젝트다. 설계ㆍCMㆍ시공관리를 모두 희림이 맡는다.








● 정영균 대표는

▲1962년 충주 ▲1987년 서울대 건축학과 학사ㆍ석사 ▲198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건축 석사 ▲1990~1991년 미첼&주르골라 아키텍츠 파트너스 ▲1991~1994년 바워 루이스 스로워 아키텍츠 ▲1994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입사 ▲2001~2007년 설계부문 대표 ▲2007년~ 총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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