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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이야기] 주 목왕과 팔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입니다. 이름이라는 것은 그만큼 상대가 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름을 가졌던 말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에게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말이 가장 먼저 이름을 가졌을까요. 아마 더 오래전에도 이름을 가진 말은 존재했겠지만 역사상 가장 이른 시기에 확인되는 것은 기원전 10세기 무렵 주(周)나라의 목왕(穆王)이 소유했다는 여덟 마리의 준마가 아닐까 합니다.

팔준(八駿)의 이름은 다른 버전도 전해지는데 대표적인 것이 적기(赤驥·용맹한 붉은 말), 도려(盜驪·못나 보이지만 뛰어난 흑마), 백의(白義·하늘을 날 듯 날렵한 백마), 유륜(踰輪·중국 대륙을 넘나들 정도로 힘이 넘치는 준마), 산자(山子·산과 계곡을 넘나드는 준마), 거황(渠黃·크고 황색의 힘 좋은 준마), 화류(華·검붉은 색의 준마), 녹이(綠耳·녹색을 띤 준마)입니다. 목왕은 다채로운 빛깔의 팔준이 끄는 마차를 타고 천하를 누볐으며 마침내 신선들만 산다는 곤륜산으로 갔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팔준은 오늘날까지 장수와 길상의 도상으로 여겨집니다.

목왕의 팔준은 훗날 당 태종의 육준, 조선 태조의 팔준처럼 통치자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유사한 사례들의 시초가 됐습니다.



물론 팔준의 이름은 목왕과 팔준 사이의 관계에서 출발했다기보다 지배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금은 다른 경우의 예지만 여하튼 이름이 붙여짐으로써 사람과 말의 특별한 역사가 싹튼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오늘날에도 말들은 사람처럼 이름이 있고 심지어 일종의 신분증, 즉 혈통서까지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주들은 여기에 기입될 말의 이름을 마치 자식의 이름이라도 짓듯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고릅니다. 자신에게 꽃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가 되어주기 때문이겠지요.

생각만 해도 멋진 이 경험은 가끔 일반인에게도 주어지고는 합니다. '마명 짓기' 이벤트가 그것인데 일반인들이 제안한 이름 가운데서 마주들이 말의 이름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내가 만든 이름을 가진 말이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이나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김정희 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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