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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러기 떼가 히말라야 넘듯 서로 격려하면 더 큰 능력 발휘해요.”

최형선 교수의 생태학 강좌 고척도서관에서 열려

청소년 대상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일환

지난 21일 고척도서관에서 열린 최형선 교수의 고인돌 강좌 ‘다른 동물들의 삶은 안녕하신가요’에 참석한 학생들이 생태계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듣고 있다./사진제공=백상경제연구원

“친구끼리 격려하고 응원하면 내가 가진 능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답니다. 나도 모르는 내 장점을 알아주고 또 격려해 주는 좋은 친구가 있다면 여러분의 인생에 큰 힘이 되겠죠? 몸무게 3㎏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줄기러기가 무리지어 눈보라와 맞바람을 이겨내면서 8,800m의 히말라야를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예요.”

지난 21일 서울시교육청 고척도서관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을 빼곡이 메웠다. 고인돌 3기 강좌로 마련한 최형선(사진) 교수의 강좌 ‘다른 동물의 삶은 안녕하신가요?(부제:생태계에서 배우는 생존과 공존)’를 듣기 위해서다. 이날 강의는 양천고, 고척고 등 고척 도서관 인근학교의 학생들을 위해 마련했다.

최 교수는 서로 다른 생존전략으로 지구상에 살아남은 동물들을 소개하면서 생태계의 진화과정과 역동성 그리고 다양성을 설명해 나갔다.

살아남기 위한 동물들의 전략은 다양하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전문가형 전략, 남이 가지 않는 극한의 환경을 찾아 제 발로 들어가 포식자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한계적응형 전략 그리고 서로 돕고 격려하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상부상조형 전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먼저 전문가형 전략을 구사하는 동물들로는 치타, 박쥐 등이 있다. 이들에게서 배울 점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은 전문성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치타는 단거리를 가장 빨리 달리는 명성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와 턱이 약해 먹잇감을 제압하는 데 장애를 가진 육식동물이랍니다. 척추까지 튕기면서 최선을 다해 달리는 치타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것이지요.”

극한의 환경으로 자신을 내몰아가는 한계 적응형 동물도 있다. 바로 낙타와 펭귄이다. “펭귄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 황제 펭귄은 겨울이면 다른 생물이 추워서 떠나는 남극의 내륙으로 들어가 포식자들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생존전략을 택했답니다. 이런 전략을 구사하려면 극한의 환경을 견디기 위한 내성의 폭을 넓혀나가야겠죠.”

서로 격려하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동물로는 줄기러기, 일본원숭이, 사향소 등이 있다. 가을이면 티벳에서 인도로 옮아가는 줄기러기는 눈바람이 몰아치는 히말라야를 서로 격려하면서 무리지어 넘어간다. 극지방에서 사는 사향소도 마찬가지. 공동체생활을 통해 한파를 이겨내면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최 교수는 이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생태계를 설명하는 진화학자 리 반 베일른(Leigh Van Valen)의 ‘붉은 여왕 가설(Red Queen Hytpohesis)’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가설은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후속 편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을 내세운 가설로 자신이 움직이면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여서 다른 사람을 앞지르려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대표적인 진화론의 가설 중 하나다.



“쉼 없이 돌아가는 바퀴에서 제 자리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움직여야겠죠?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는 바로 큰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붉은 여왕의 나라랍니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독보적인 전문가로 성장하거나, 남들이 가지 않는 오지로 가서 살거나, 협동심을 발휘하여 함께 살거나 등등 여러 가지 전략이 있답니다. 동물의 진화과정에서 여러분의 생존전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소 어려운 전문용어가 등장했지만 학생들에게 당황하는 기색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진화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 교수는 지구가 탄생한 45억4천만년전 시생대로 거슬러 올라가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지구가 막 탄생해 뜨거웠던 시생대, 메탄으로 가득 찼던 고생대, 지구의 운명을 바꿔놓은 남조류가 등장한 고생대, 포유류가 등장한 팔레오세, 파층류가 번성했던 쥐라기, 초원의 동물이 등장하게 된 마이요세... 전공분야가 아니면 쉽게 따라가기 어려운 지구의 역사는 시대별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과정에서 생물들은 어떻게 적응해 나갔는지를 설명해 나갔다.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동물이 오늘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흰색의 북극곰이 갈색의 불곰에서 진화한 사례를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북극곰은 불곰과 부모가 같아요. 원래 북극곰은 초식동물이었는데 빙하기에 갇혀 꼼짝없이 죽게 생겼어요. 그냥 죽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먹지 않던 육식을 하면서 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지금의 북극곰으로 진화하게 됐어요. 극심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면서 동물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답니다.”

강의는 뜨거운 박수로 마무리가 됐고,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지식과 인성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

이날 강의에 참가한 양천고 한 학생은 “학교에서 진화론을 배웠지만 오늘 강의는 여러 가지 사례를 곁들여 설명해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친구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KT가 후원하는 고전인문 아카데미 고인돌은 올해 3회째로 29개 강좌가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과 30여개 서울시 중고등학교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게 된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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