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얼굴마담 격인 보험설계사의 몸값이 들썩이고 있다.
농협보험 출범과 현대차그룹의 녹십자생명 인수 등으로 설계사 수요가 증가하자 이른바 '잘나가는' 설계사를 모시려는 보험사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생명이나 ING생명처럼 인수합병(M&A) 이슈가 맞물린 곳에서는 무더기 인력이탈 이 가시화될 여지도 있어 설계사의 엑소더스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본격 출범하는 농협보험은 올해 보험 영업점을 기존의 34개에서 5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설계사 확충에 돌입했다. 당장 오는 3월에 서울 2곳, 부산 1곳 등 3곳의 영업점을 새로 열고 영업점별로 지점장급을 비롯해 유능한 설계사를 스카우트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생명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보험이 설계사를 적게는 20명, 많게는 50명까지 관리하는 지점장급을 대상으로 억대 연봉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점장의 이동이 생기면 설계사 조직의 연쇄적인 이탈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의 경우 통상 1개 영업소당 설계사 수는 30명가량. 올해 설립할 영업점이 16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80명가량을 새로 채용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농협보험은 단기간에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200명가량의 설계사를 먼저 뽑고 설계사 교육 및 운영 등 제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복안이다. 보수적인 전략이지만 연말까지 확충할 설계사 수가 적은 만큼 업계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력을 영입하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설계사 수는 1,000명가량인데 영업점별로 설계사를 확충하고 있다"며 "내실을 다져가면서 우수 설계사를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생보업계에 M&A 이슈가 유난히 많다는 점도 설계사 이동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현대차에 인수된 녹십자생명은 현재 1,200명 수준인 설계사 조직을 대대적으로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A 이슈로 내부 불안감이 적지 않은 동양생명과 ING생명 등 중소형사 소속 설계사들이 이들의 주요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
한 중형 생보사의 관계자는 "보험사로서 위상을 강화하려면 설계사와 텔레마케팅∙방카슈랑스∙대리점 등 어느 채널도 등한시할 수 없다"며 "농협과 현대차그룹에서 설계사 조직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인력유출은 불가피하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설계사 이동이 생각만큼 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인력이동의 키를 쥐고 있는 농협과 녹십자생명이 아직 영업방향의 큰 그림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계사들이 기존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깨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전에도 국제생명∙태평양생명 등 신생 보험사들이 설계사 빼내기를 주도한 적이 있었지만 모두 시장에서 허망하게 사라졌다"며 "설계사 조직을 갖추려면 단순히 인원만 충원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설계사들도 몸담았던 보험사를 바꾸게 되면 새로운 상품 등 완전히 다른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고 고객 기반도 바뀌는 등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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