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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이 만드는 차이

김민형 증권부 차장

지난 1492년 8월3일. 콜럼버스 일행이 남에스파냐의 팔로스항구를 떠났다.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기 위해서다. 당시 유럽인들은 콜럼버스의 도전을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지구는 평평하기 때문에 그가 가는 서쪽 끝은 물이 폭포처럼 끝없이 떨어져 내린다고 믿었다. 콜럼버스 일행은 두려움에 떨며 70여일을 항해해 마침내 신대륙에 도착했다.

인간은 모르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그럴듯한 신화를 만들어 마치 아는 것처럼 포장하기 일쑤다. 비록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도 안다고 믿는 순간 두려움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옛날 유럽인들이 서쪽 끝은 절벽이라고 믿었던 것도 다름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들 대부분은 주식시장의 복잡한 작동원리를 알지 못한다. 모르다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어떤 사람이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에는 좀처럼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퇴직금을 투자해 몽땅 날렸다느니, 주식에 빠져 회사를 그만뒀다느니 하는 이야기에만 귀가 솔깃해져 주식투자를 꺼린다. '잘 모르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재테크'라는 신화가 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에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증권업계 곳곳에서는 곡소리가 들린다. 4만5,000명에 달했던 증권업 인력은 현재 3만명대로 급감했고 최근에는 2만5,000명까지 줄여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뛰어난 인재들도 증권사 취업을 망설일 정도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좋든 싫든 대부분 주식시장과 관련돼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주주는 475만명이었다. 주식시장이 한창 잘나가던 때보다 훨씬 줄었지만 적은 숫자는 아니다. 4인가족의 가장이 주식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1,9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직접투자와 관련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까지 더하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자본시장과 인연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면돌파가 필요하다. 어렵다고, 모른다고 외면하지 말고 배워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두려움이 없어진다. 이를 위해 주식투자자들에 대한 교육 강화가 필수다. '어떤 종목이 유망하니 투자하라'는 식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매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다양한 시장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 체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생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졸업장을 받고 취업을 하는 순간부터 내 집 마련, 결혼, 육아, 노후 등에 직면하게 되지만 정작 이들이 아는 재테크 지식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학교에서 '재테크를 위한 자본시장개론'을 교양필수 과목으로 수강하면 어땠을까. 최소한 무지에서 발생하는 막연한 두려움은 없어질 것이다. 인류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모르는 것을 알아가며 놀라운 성과를 거둬왔다.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노력이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든다.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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