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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피해자들, 배상금으로 인권기금 조성한다

유신 시절 선포된 긴급조치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억울하게 옥고를 치른 이들이 국가 배상금으로 인권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23일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등 긴급조치 9호 피해자 6명은 국가로부터 받은 민·형사 배상금으로 ‘아시아민주주의와 인권 기금’을 조성한다.

아름다운재단이 이들로부터 6억여원의 배상금을 기탁받아 기금을 운용하기로 했으며 기금은 국내외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발의자 6명은 아직 국가배상금을 지급 받지 않았지만 미리 해당 금액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 출연 대상도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서 일반 시민으로 확대한다. 현재 15명 가량이 소액의 배상금 기탁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수 등은 기금의 취지를 살려 시민사회 역량강화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교육사업과 인권 활동가·고문 피해자 지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 교수는 “기금을 통해 우리나라에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통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이던 1978년 5월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철폐하라’와 ‘언론 자유와 학원의 자유를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긴급조치 9호는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 관여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거나 긴급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등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함께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그는 올해 4월 긴급조치 9호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자 재심을 청구해 지난 7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금 출연자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정동 달개비 콘퍼런스 하우스에서 아름다운 재단과 기금 협약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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