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외국계 영리병원인 중국 '녹지국제병원'이 제주특별자치구에 설립된다. 제주도를 관광하는 중국인들을 주된 타깃으로 하는 이 병원이 오는 2017년 개원하면 외국인 환자 유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운영을 통해 거둔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는 영리병원 모델이 국내서 성공을 거두게 되면 앞으로 해외 투자 유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계 영리병원을 찾는 우리나라 환자가 많아지면 병원의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건강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제주도가 검토 요청한 중국 녹지그룹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녹지국제병원' 설립에 관한 사업계획서를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법인 요건 및 투자 실행 가능성, 응급의료체계 구비 여부 등을 검토한 결과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승인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녹지국제병원의 자본금은 2,000만달러이며 외국인 투자 비율은 100%다. 외국계 영리병원의 법인요건은 자본금 500만달러 이상,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 50% 이상이다.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 데 투입하는 총 투자금액은 778억원으로 모기업인 녹지그룹으로부터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 의사(9명), 간호사(28명), 약사(1명), 의료기사(4명), 사무직원(92명) 등 134명의 인력을 갖추게 된다. 병원 측은 한국인을 우선 고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인들이 건강보험 적용을 포기하면서도 영리병원을 찾게 되면 결국 의료비 폭등, 국내 병원과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영리병원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울에 더 좋은 병원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인들이 제주도까지 갈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다른 외국 기업이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 설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해온 시민단체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영리병원 설립 허용은 의료의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으며 전국 경제자유구역 8곳과 제주도에 설립 가능한 영리병원이 우후죽순 들어선다면 공공의료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웅·임지훈기자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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