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강세 지속" 공사비 급증에 정유시설 증설 연기·포기 잇따라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미국의 정유업체들이 정제시설을 증설하는데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 잇달아 증설을 연기 또는 포기하는 바람에 세계적인 휘발유가격 고공행진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유업체들이 자재 등 건설비 앙등과 숙련공 부족 등을 이유로 잇따라 정유시설 증설 계획을 포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미국 최대의 정유업체인 발레로에너지는 캐나다의 퀘벡과 미국 텍사스의 정유공장 확장공사를 유보했다. 또 코노코필립스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정유시설의 증설을 무기한 연기했다. 테소로는 워싱턴주에 계획한 신형설비 설치계획을 아예 취소했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지난 1976년 이후 30여년간 새로운 정유공장은 하나도 짓지 않고 그동안 공정개선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처해 왔는데 최근엔 이마저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정유업체들의 이런 소극성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건설비가 훨씬 비싸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유마진 증가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렉 킹 발레로에너지 사장은 "지난 2년간 철강 가격은 74%, 숙련공 임금은 60% 이상 올랐다"며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공사비 상승세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시설 건설비용이 급등한 것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한 2005년부터다. 붕괴된 시설복구에 인력과 자재가 몰리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등 신흥개발국에서 유류소비 증가로 정유시설 확충에 나서면서 전세계적인 건설비 상승과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현상을 초래했다. 정유시설 부족은 제품가격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지난 5월 월평균 미국 휘발유값은 갤런당 3.25달러로,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는 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서는 3배, 3년 전에 비해서도 2배가 높아진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공급이 이에 따라 주지 못함으로써 제품가격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입력시간 : 2007/06/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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