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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복지대란으로 가려는가

준비 미흡한 보편적 복지 곳곳에서 부작용 드러내<br>무책임한 포퓰리즘 자제… 점진적·선별적 복지 추진을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그동안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만 실시하던 무상급식을 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 10만3,000여명에 대해서도 확대 시행하고 있다. 내후년까지는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급식예산을 1,07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30억원 늘려 배정했고 앞으로 정부의 추가 재정지원을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 등 일부 지역 중학교는 올해도 무상급식 혜택이 없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는 어렵다. 예산 문제로 지역별 불균형이 심해지자 무상급식이 실시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차별 없는 무상급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동네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들에게 2,000원에 점심 한 끼를 제공한다. 생계도 넉넉지 않고 매일 점심을 차려먹기 귀찮아 점심을 설치는 노인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 점심 한 끼나마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은 실질적인 복지 혜택이라고 하겠다. 그래서인지 우리 동네 복지관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식당 앞에는 점심시간마다 식사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아마 이것도 우리 사회가 복지사회로 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복지 혜택은 받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좋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총선ㆍ대선 등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한결같이 무상급식ㆍ무상보육ㆍ무상교육 등 뭐든지 무상으로 베풀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고 있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점심값은 왜 받느냐. 초등ㆍ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한다면 노인들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항의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0~2세 무상보육이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자 어린이집이 그야말로 미어터지고 있다고 한다. 올 들어 13만명의 영아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새로 신청서를 냈다. 일부에선 대기자 명단만 수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0~2세 영아 중 소득 하위 70% 가정에만 보육료를 지원하다 올해는 소득에 관계없이 전면 무상교육으로 바뀐 결과다. 주부들 사이에 '공짜도 못 찾아 먹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마음에 드는 어린이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렇다 보니 정작 돈을 내더라도 아이를 꼭 맡겨야 하는 가정조차 어린이집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른다고 한다. 지난해 말 국회가 기습 통과시킨 공짜 복지, 소위 '보편적 복지'의 부작용이 현실화된 것이다.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복지부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자 어린이집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보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은 당장 직접 부담이 되는 비용은 인식한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간접적ㆍ우회적으로 돌아오는 해악은 인식하지 않는다. 복지를 공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 무상이라고 하지만 결국 모두 국민 부담이다.

복지의 공급은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에선 도덕적ㆍ윤리적으로 불완전하고 무책임한 인간들도 적지 않다. 선거철을 맞아 포퓰리즘에 함몰된 정치권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의 귀결은 복지 대란(大亂)이다. 보편적 복지는 복지 예산, 세금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실종시켜 장기적으로 지속이 불가능하다. 복지사회로의 진전은 반드시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최적(最適) 복지수준'에서 복지 혜택의 범위와 순서에 따라 점진적ㆍ선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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