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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코끼리 만진 장님' 되지 않으려면

<14> 전체를 보는 방법

리더, 내가 보는 게 전부라 착각… 전문가도 '터널비전' 독단 빠져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 버리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인도에 한 임금님이 장님 6명을 초청한다. 그리고는 코끼리를 만져보게 한다. "야아, 이거 고무호스같이 생겼네!" "아냐! 드럼통 같아!" "아냐 전봇대 같은데…" "다 틀렸어! 채찍이야!" 자, 임금님은 이 6명의 장님이 제각각 자신이 만져 본 촉감에 기초해서 말하는 것에 대해 나무란다. "쯧쯧쯧, 그 어느 것도 코끼리와 거리가 먼 것을 저자들은 모르고 있구나!"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착각하는 장님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불교우화다. 그런데 이 장님들은 누구인가? 사실 이 장님들은 우리 인간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항상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눈만 뜨고 있다면 전체를 볼 수 있는가.

인간은 세 가지를 시각적으로 볼 수 없다. 첫째, 세상을 보고 있는 자신의 눈을 자기 스스로 동시에 볼 수가 없다. 자신을 스스로 파악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것을 나만 모를 때가 많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내 이익을 챙기는 데 얼마나 재빠른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를 나는 사실 정확하게 모를 때가 많다. 매일 세 번 반성하라는 공자님 말씀은 그만큼 자신을 돌이켜 봐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이다. 남만 보고 자신을 못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라. 그래서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지적한다. 둘째, 인간의 안구에는 사각지대가 있다. 망막과 연결되는 시신경부위는 도저히 인간이 볼 수 없는 곳이다. 이 맹점을 뇌가 보정해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이다. 조직을 운영해나가는 리더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열심히 눈을 부릅떠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실제로 다 보고 있다고 착각한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만을 믿는 리더는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다. 부하 직원 자리에 갈 때마다 직원이 자리에 없더라도 우연의 일치일 수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셋째, 인간은 전체를 볼 수 없다. 우리의 눈은 사물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진화되지 않았다. 내가 만년필을 360도 방향으로 360도를 돌리면 여러분은 전체 단면을 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체를 다 본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제가 심각한 것은 전체를 다 보지 못하면서 전체를 다 본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우기는 데 있다. 편견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아집이다.

리더는 전체를 끌고 가야 한다. 그래서 전체를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봐야 한다. 방법은 하나다. 전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전체의 목소리를 다 듣기 힘들면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눈으로 다 볼 수 없는 것을 귀로 들음으로써 보완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말하는 관점주의다. 왕이 장님을 나무란 것이 잘못된 이유는 장님들은 부분만 보고 자신은 전체를 볼 수 있다고 착각한 데 있다. 장님들이 잘못한 것은 상대방 말은 듣지도 않은 채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우겨대는 데 있다.

우리 조직에 있는 장님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자신의 분야에만 몰두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장님들이다. 자신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하고만 계속 대화하는 사람들,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재미에 중독된 사람들은 동굴 속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터널비전'이라는 시각장애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있다. 자기 부서만이 제일 중요한 부서고 다른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 이 '부서이기주의'에 찌든 사람들도 장님이다.



리더부터 자신이 장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터널비전의 심각성을 깨우쳐야 한다. 모두가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라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 이것만이 코끼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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