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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보육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것을 요구하는 정부에 맞서 시도교육청들이 23일 대통령 면담을 공식 요청하는 한편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1조8,000억원을 정부에서 지원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보육 대란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듣고 근본적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공문으로 면담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지방기초의회까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대통령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상태에 이른 현실을 왜곡하거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문제를 일부 시도의회와 교육청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제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전체 시도교육청의 총 예산 대비 지방교육채 비중은 올해 28.8%로 지난해의 19.8%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이대로는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는 재정 파탄 상태라는 게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청연 인천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등 5명이 참석했다.
교육감협의회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에서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1조8,000억원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내년 전국의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총 2조1,274억원으로 정부가 3,000억원을 우회 지원하더라도 여전히 1조8,000억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시의회의 일방적인 누리과정 예산 삭감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복지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청년활동지원사업 예산을 의결하고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서울 등 일부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을 중심으로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해 내년 1월 중순 전까지 시도의회에 승인을 받아 내부유보금을 활용하거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면 그 부담이 어린이집과 유치원·학부모에게 돌아가면서 보육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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