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55·사진) NH투자증권 사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은 새해 사업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인터뷰의 첫 화두는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이었다. 김 사장은 “진심으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정통 증권업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는데, 결국 모두 당했다”며 웃음도 보였다.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과 대우의 합병이 완료되면 최대 증권사 타이틀을 내줘야 하는 처지지만 김 사장은 연신 박 회장에 대해 “대단한 결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사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새로 탄생하는 초대형 증권사와 외형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NH투자증권이 새해부터 ‘원 컴퍼니’(One Company)로 4조5,000억원(자기자본)의 통합 파워를 보여줄 계획에 가슴이 뛴다”며 “누가 뭐라 해도 현재 1등은 NH투자증권”이라고 강조했다. 올 초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NH투자증권의 초대 선장으로 최대 난관인 노조와 인력 통합을 1년 만에 성공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통합을 완료한 김 사장의 다음 카드는 변화다. 그는 지난 2007년 초 출시해 자산관리계좌(CMA)와 랩(WRAP), 펀드 등까지 망라한 자산관리 브랜드로 9년간 업계 최고 자리를 지켜온 ‘옥토’를 대신해 새로운 브랜드 ‘큐브’를 NH투자증권의 선두에 세우기로 했다. 김 사장은 “다양하고 복잡해진 고객 입맛에 맞춰 자산관리(WM) 사업을 고도화하려면 아쉬워도 익숙한 옛것을 버려야 한다”며 “고객 성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투자솔루션을 제시할 ‘큐브 포트폴리오’를 WM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상품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큐브가 시장과 고객에 안착할 수 있게 영화배우 하정우씨를 모델로 3편의 광고를 준비했다”며 “내달 1일부터 대대적인 신문·TV 광고는 물론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도 시행해 고객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모든 증권사에 허용된 헤지펀드 운용 사업도 선점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내년 4월께 3,000억원 규모의 1호 헤지펀드 출시를 목표로 자체 보유 중인 유망자산 2,000억원을 펀드에 투입할 것”이라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1호 헤지펀드인 만큼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게 기회를 갖춰 놓고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조달할 1,000억원의 자금을 놓고 기관과 개인투자자(1억원 이상)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김 사장은 “해외사업과 투자은행(IB) 영역 확대를 위해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PE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M&A와 자금조달, 투자 자문에도 현지법인과 본사가 공조체제를 구축해 사업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이 로봇을 이용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자문서비스를 받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내년 초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내년 국내 증시가 적잖은 부침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은 “미국 금리인상 후폭풍 속에 신흥국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년 국내 증시가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고객들은 중장기 전망이 좋은 해외시장·상품·종목을 발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증권사를 눈여겨 보고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철·박준석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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