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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해운·조선 그리고 '우리 논에 물대기'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전무


대우조선해양의 깜짝 부실, 그리고 4조2,000억원의 거금을 즉각적으로 투입하는 깜짝 지원은 올해 산업계의 대표적인 깜짝 뉴스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부터 8년째 이어지고 있는 세계 불황의 폭풍우 속에 우리 해운산업은 옷이고 우산이고 다 너덜너덜해졌다. 2008년에 건재하던 해운회사 90여 개가 소리 소문도 없이 간판을 내렸고 선박보유량 기준으로 세계 5위라는 국제적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세계 3위의 해양강국으로 도약해보자던 다짐도 빛이 바랬고 꿈은 이뤄진다는 믿음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리 해운산업의 간판선수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주문대로 구조조정을 충실히 이행해 5조원의 유동성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수익성 있는 선박과 터미널을 팔아치웠지만 그렇게 힘겹게 마련한 유동성은 채무를 연장받는 조건으로 늘어난 이자를 갚는 데 다 써버리고 투자다운 투자는 한 푼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신조선박을 주문한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다.

한국 정책금융은 우리 조선소가 더 많은 배를 수주할 수 있도록 선주들에게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 그런데 이 지원의 90% 이상이 해외선주에게 쏠렸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선주의 주문이 뚝 끊겨버리자 조선사들은 고육지책으로 생소한 플랜트에 눈을 돌렸고 결국 돈을 벌기는커녕 부실만 키웠다.



해운산업은 평상시에는 해외선주한테 밀려서 지원을 못 받고 지금처럼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조선소에 밀려서 또 지원을 못 받는 이래저래 찬밥신세다.

해운과 조선은 위에서부터 물을 대줘야 하는 계단식 논과 같다. 그리고 조선산업은 기성복 만들 듯이 배를 미리 만들어놓고 파는 게 아니라 맞춤 양복집처럼 주문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조선산업보다는 해운산업에 먼저 지원을 해야 위의 논도 적시고 아래 논도 적실 수 있다.

물을 주려면 우리 논에 더 많이 대고 크기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남의 논이 농사를 안 짓더라도 우리 논이 위아래 할 것 없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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