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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IMF시대의 시장·지사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요즘 지방에 갈때마다 경제에 관한 열의가 크게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을 투표로 뽑고나서부터 경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경제가 단연 화두(話頭)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방에 6개의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씩 조찬모임을 갖고 연구소에서 강사진이 내려가 최신 경제동향이나 경영기술정보 등을 설명한다. 지방포럼엔 지역상공인을 비롯한 100여명의 유지들이 참석해 설명을 듣고 토론도 벌이고 자료도 받아간다. 포럼엔 지사나 시장도 자주 참석하여 시정방침을 밝히기도 한다. 지사나 시장이 참석하더라도 옛날과는 전혀 다른 풍습이 전개된다. 시장, 지사가 앉아서 상공인들의 인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시장, 지사들이 으레 좌석을 한바퀴 돌면서 인사를 하는게 보통이다. 민선(民選)시대를 실감할 수 있다. 시장·지사가 시정발표를 할 때도 내용이 매우 실질적이다. 공허한 구호같은 것은 전혀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시(市)나 도(道)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공단대책을 어떻게 하고 지역 소득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 하는 것을 소상히 밝힌다. 그것도 밑에서 써준 것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여 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사·시장 중엔 경제관계 일에 생소한 분도 많다. 그분들도 경제를 소상히 자신있게 설명했다. 『저분이 경제와는 관련이 없던 분인데 어떻게 저렇게 잘 아느냐』고 같이 있던 상공인에게 물었더니 『요즘 민선시장치고 경제 모르면 시장할 수 있습니까』하는 답변이었다. 시정설명회가 끝난 후 더러 질의가 나오는데 질문하는 쪽도 구체적인 것을 꼭 집어서 묻고 대답하는 쪽도 핵심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에서 장관상대의 질의응답보다 더 성의있고 알맹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사·시장들이 상공인들과의 대화에 열심이니 같이 온 공무원들도 매우 신경을 써 일일이 메모를 한다. 요즘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고 지방세수가 줄자 시장, 지사들이 더 애를 태우는 것 같았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없느냐』고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어떤 지사는 아예 명함에다 특산물 이름을 로고로 새겨 돌리기도 했다. 지방자치제도가 갑자기 시행돼 부작용도 없지 않았지만 그것도 세월이 가는 동안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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