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이름을 통해 서로를 인지한다.
그런데 양쪽의 이름이 같다면 서로 구분할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만일 두 회사의 브랜드가 같다면 문제는 좀 더 심각하다. 지난달 16일 독일의 유력 일간지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미국 제약회사인 MSD(Merck&Co.)의 케네스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짚었다. 한국에서도 오리지널 머크와 미국 머크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양사의 뿌리는 1668년 독일 다름슈타트에 문을 연 조그만 약제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의약 및 화학 기업으로 성장한 오리지널 머크는 1891년 미국에 자회사를 만들고 이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미국 정부는 머크를 포함한 적대국 기업을 몰수 조치했다. 이로 인해 머크는 미국 자회사를 잃었지만 브랜드는 대서양을 넘어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렇게 두 머크는 역사적인 관계가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서로 다른 두 회사의 같은 브랜드는 양사 모두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오해도 자주 생긴다. 지난해 미국 머크가 일반의약품(OTC) 사업부를 바이엘에 매각했다. 지난해 제약업계에서 이뤄진 주요 인수합병(M&A) 거래 중 하나다.
그런데 오리지널 머크 역시 OTC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오리지널 머크는 시장의 혼란을 막고 투자자들을 안심시
키기 위해 "머크는 OTC 사업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리지널 머크가 해당 사업부를 포기한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지난 2004년 미국 머크가 진통소염제 '바이옥스'의 시판을 중단했을 때도 오리지널 머크는 '당사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머크는 북미 지역 밖으로 보도자료를 낼 때 'MSD'라고 반드시 표기한다. 북미를 제외한 다른 모든 곳에서 머크(Merck)라는 상호는 오리지널 머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MSD에서 SD는 미국 머크가 1953년 합병한 샤프 앤드 돔(Sharp & Dohme)의 머리글자다. 대신 오리지널 머크는 북미 지역에서 'EMD'라는 상호를 사용해 미국 머크에 양보하고 있기도 하다. EMD는 창립자의 이름인 에마누엘 머크 다름슈타트(Emanuel Merck Darmstadt)의 약자다.
프레이저 CEO는 현재 양사가 혼란을 막기 위해 어떤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지, 언제쯤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양사 모두 머크라는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이하게도 오리지널 머크의 이사회 부회장인 스테판 오슈만은 미국 머크 출신인데, 양사를 모두 겪으며 통찰력을 쌓은 그가 양사의 브랜드 이슈를 순조롭게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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