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펌 시장에 엔터테인먼트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 시장선점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의 목적으로 전담팀을 꾸리는 등 엔터 분야 강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외국 로펌까지 국내 엔터 시장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간 엔터분야를 소형법률회사인 이른바 '부띠크 로펌'이 주로 담당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국내외 대형 로펌도 엔터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계 로펌인 '쉐퍼드 멀린'의 김병수 변호사는 지난달 법무부로부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외국법자문사 자격을 취득했다.
쉐퍼드 멀린은 미국 법률전문지인 아메리칸 로이어가 선정한 세계 로펌 순위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95위(3억6,800만달러)를 기록했다.
192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됐으며, 현재 전 세계 14개 지사에서 570여 명의 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쉐퍼드 멀린은 공정거래 금융 등의 분야를 주 업무로 담당하고 있지만, 영화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와 트랜스포머의 법률자문 업무를 맡는 등 엔터 분야에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강점을 살려 쉐퍼드는 8월 중순께 국내에 사무실을 연 후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이용, 국내에서도 엔터 분야과 관련된 법률자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엔터 업무는 김 변호사가 직접 담당한다. 본사에서 인원이 보강되면 엔터 분야를 전담하는 전담팀도 만들 계획이다.
국내 로펌들은 이미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엔터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올 초 엔터테인먼트 전문 1세대 변호사로 꼽히는 최정환 법무법인 두우앤이우 변호사를 포함해 두우앤이우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 4명을 영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이후동 변호사를 포함해 6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전담팀을 지적재산권팀 내에 꾸렸다.
법무법인 세종과 화우 역시 각각 미디어콘텐츠팀과 문화산업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로펌들이 엔터 분야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예상과 달리 엔터 분야의 수익성은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로펌에서 엔터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이 버는 수익은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의 매출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터 분야가 당초 한류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 틈새 시장이어서 규모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장인 홍승기 변호사는 "엔터는 원래 부띠크 로펌들이 하는 분야로 틈새시장으로 볼 수 있다"며 "시장이 존재하는 건 맞지만, 엔터 시장 자체가 탄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류가 해외에서는 산업화 되지 않은 점도 엔터 분야의 수익성이 낮은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국내 대형 로펌의 엔터 전문 변호사는 "지난해 미국에 엔터 로펌을 순회하면서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한류로 인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아직까지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며 "한류가 비지니스로까지 발전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수요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해외매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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