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데가 없다."
저성장ㆍ저금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상품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자니 3%도 안 되는 이자에 한숨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자니 여전히 증시 전망이 불안하다. 답답하기는 자산운용사들도 마찬가지. 증시가 침체하면 펀드 수익률도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증시가 살아나면 대규모 차익실현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운용사들은 큰 폭의 상승과 하락보다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저마다의 특화 전략을 앞세워 '보릿고개'를 뛰어넘고 있다.
운용사들의 큰 대응 전략은 '신시장 개척파'와 '뚝심파'로 나뉜다. 전술은 정반대지만 목표만큼은 한 군데(위기 대처)를 향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대표적인 뚝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황에 맞춰 신규 상품을 열거하기보다는 가장 기본이 되는 소수 대표펀드를 중심으로 상품 라인업을 꾸려가는 것이다. KB운용은 국내 주식형펀드 펀드 라인업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성장형ㆍ가치형과 기타 스타일로 정비해 주력 펀드들의 장기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KB운용은 "이 같은 전략 결과 KB밸류포커스와 그로스포커스ㆍ중소형주포커스 등 대표펀드 모두 장단기 수익률이 상위권에 랭크하는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며 "시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 성과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멀티에셋)하면서 리스크를 줄인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2011년 10월 설정 후 연 11%대의 수익을 내고 있는 글로벌타겟리턴 펀드에 이어 최근에는 해외채권 펀드 5종(물가연동ㆍ분산투자ㆍ투자적격ㆍ하이일드ㆍ이머징채권펀드)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투자자들의 수요가 중위험ㆍ중수익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시중금리보다 의미 있는 수준의 초과 수익을 노리는 '인컴 상품'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부문 대표는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환경 하에서 투자자들은 기대수익률을 낮추면서 리스크를 고려한 수익을 찾는 것을 강화해야 한다"며 "안정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양한 종류의 질 높은 인컴 소스에 투자해 정기예금 이상의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멀티에셋 인컴 투자를 하는 것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차원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조언했다.
우리자산운용은 '혁신상품 개발'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우리 스마트 인베스터 분할매수 펀드'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이 펀드는 주가와 상관 없이 특정일에 이뤄지는 기계적인 매수라는 기존 분할매수 펀드의 단점을 보완, 5% 수익이 달성될 때마다 주식 비중을 20% 수준으로 낮추며 이익을 실현하는 진화된 적립식 펀드다. 우리운용은 "주식형 ETF 매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주식형 ETF 수익은 비과세 항목에 해당돼 절세효과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ETF에 대한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 ETF와 진화된 절세형 적립식투자 기법이 접목된 상품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주력 시장으로 '아세안'을 꼽고 관련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유망 투자처가 선진국의 안전자산에서 이머징마켓의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발맞춰 고객 끌어 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장준호 삼성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과거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가 이머징 시장을 대표하는 지역이었지만 최근 그 중심축이 아세안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을 포함하는 아세안 시장은 튼튼한 내수시장, 저가노동력, 풍부한 원자재 등을 앞세워 투자 유망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운용은 앞으로 관련 세미나도 개최하면서 투자자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주요 운용사들은 올해도 저보수를 통한 장기투자와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개인과 기관의 관심이 ETF로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말 최초 상장 예정인 합성ETF 준비를 비롯해 신규 상품개발 및 인력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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