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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IST 수질환경연구센터 박완철박사
입력1999-09-05 00:00:00
수정
1999.09.05 00:00:00
이균성 기자
십년이 넘도록 더러운 똥만 만지면서 짭짤히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질환경연구센터 박완철(朴脘撤·44) 박사다.올해로 15년째 똥만 연구하는 그의 연봉은 억대. KIST에서 받는 기본 연봉이 5,000만원대이고, 똥에 관한 로얄티(기술 이전료)가 연봉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그는 「똥박사」로 불린다. 그는 『똥이 더러운 건 꼭 생김새나 냄새 때문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단지 그 뿐이라면 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똥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때는 참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람보다 먼저 땅과 물 같은 자연(自然)이 참지 않는다. 말하자면 땅과 물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고 「똥바다」가 되버리는 것이다.
기우가 아니다. 도시화가 빨라지면서 단위 면적당 똥은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돼지나 소를 키우는 농장이 커지면서 이들 가축의 똥 또한 엄청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소와 돼지는 1,000만 마리 정도. 그는 『여기서 배출되는 똥이 하루 20만톤의 폐수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체 수질오염원 가운데 8%에 해당하며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또 사람의 똥을 포함한 음식물 찌꺼기 같은 생활 오수도 하루 1,400만톤에 달한다.
그가 똥을 만지며 돈을 버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의 연구는 바로 똥을 분해해서 없애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사람이나 가축의 똥을 그냥 버려 「똥바다」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똥박사」라는 별명답게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KIST 연구원으로 들어간 뒤 84년부터 오로지 똥만 연구하는 외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똥과 생활 오수를 처리하는 각종 정화조를 개발, 억대 연봉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런 똥박사가 최근 또 하나의 개가를 올렸다. 토종 미생물로 돼지나 소의 똥과 오줌을 거의 완벽하게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 똥과 오줌에는 수질 오염의 주범인 질소(N)나 인(P)같은 부영양화물이 섞여 있는데 미생물로 이를 분해하여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이다.
朴박사는 『이번 축산물 페수 처리 장치는 분뇨와 물이 담긴 대형 통에 미생물의 농도를 종전보다 2배 이상 높여 오염물질의 분해 효과를 크게 향상시킨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 평택의 한 농가에서 이 처리 공법을 적용한 결과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2만PPM의 고농도 축산 폐수를 환경기준치보다 낮은 20PPM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또 『각각 4,500PPM과 450PPM이던 질소와 인의 농도도 60PPM과 8PPM으로 낮춰 기준치를 만족시켰다』는 것이다.
이 폐수 처리 장치는 또 하루 6.5톤 가량의 똥과 오줌을 정화할 수 있는 규모이며 시설비와 유지관리비는 종전의 35%라는 게 朴박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기술이 확산되는데 걸림돌도 없잖다. 폐수 처리에 대한 축산 농가의 마인드가 높지 않다. 또 설령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해도 설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번 기술은 종전 설비보다 비용을 35% 줄였지만 축산 농가에겐 여전히 부담이 된다. 1,500두 농장의 경우 하루 6톤 가량의 똥과 오줌이 나오는데 이를 처리하려면 초기 시설비가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이 든다.
따라서 『자연을 「똥바다」로 만들지 않으려면 이제 정부가 나서서 축산 농가를 독려하고 적극 지원하는 길밖에 없다』는 게 어느새 환경운동가로 변해버린 「똥박사」의 주장이다.
이균성 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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