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 정상이 3일 한국에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을 800억위안 규모로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국내 기관이 중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는 개별 금융기관에 배정된 달러 한도 내에서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위안화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국내 자산 운용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중국 투자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겼다.
이날 발표된 한중 정상회담 경제분야 합의 사항에 따르면 중국은 거래를 통해 확보된 위안화를 중국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인 RQFII 한도를 한국에 800억위안 규모로 부여하고 추후 활용상황과 시장수요를 감안해 증액하기로 했다.
이번 RQFII 부여로 국내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중국 국채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직접 만들지 못했다. 대신 이미 중국으로부터 RQFII를 부여받은 홍콩 증권사에 수수료(0.5%포인트 내외)를 주고 관련 상품을 들여왔다.
하지만 RQFII가 부여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유인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 4%대인 중국 10년물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의 경우 국내 자산운용사가 홍콩 증권사에 수수료를 내고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 높더라도 상쇄되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직접 상품을 설계하면 연 4%대 위안화 예금 상품이 나올 수 있어 재테크 시장이나 해외투자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 위주였던 중국 투자 상품도 앞으로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투자전략 팀장은 "한중 간 상품 교역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RQFII까지 부여되면 자본시장에서도 두 나라 간 연결고리가 더욱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위안화로 직접 투자가 가능해져 투자 대상도 넓어지고 주식·채권·파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박사는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위안화 상품을 만들어 선보일 수 있다"면서 "위안화 상품이라는 서비스가 은행에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중국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주로 적립식 펀드에 한정됐다면 앞으로는 상품 종류가 다양해질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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