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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Story] 김수일 AJS 회장

"직원과 함께 회사 키워가는 지금의 삶… 제 인생 황금기죠"<br>억대연봉 받던 금융맨 접고 <br>부도 직전 배관업체 인수 <br> 5년새 흑자기업으로 육성<br>"제조업은 결코 혼자서 못해 직원과 부가가치 공유 행복"



김수일(53ㆍ사진) AJS 회장에게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성공한 1호 기업가라는 별명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지난 2002년 김 회장은 사비를 털어 AJS의 전신인 아세아조인트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인수과정은 당연히 험난했다. 그는 AJS의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4~5차례의 주주총회와 법적 분쟁을 거쳐야만 했다. 햇수로 4년이 걸렸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 회장의 행보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증권사 지점장으로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는 잘나가던 금융맨이 도대체 왜 배관 이음새라는 전통 품목의 제조업체를 인수하려고 하는 것일까. 더욱이 아세아조인트는 7년 연속 적자에 유보율 -100% 수준을 기록하던 부도 직전의 기업이었다. 주변에서 '먹튀'를 노린다고 수근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AJS는 그러나 김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지 5년이 흐른 지난해 매출 568억원에 영업이익 4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김 회장이 처음 인수를 시작할 당시와 비교해 매출은 약 4배 가까이 늘었으며 공장도 한 개에서 네 개로 불어났다. 중국에는 현지법인까지 세우기도 했다. 서울 가산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마주앉은 김 회장은 "당시에는 누구도 믿지 않았지만 내 주변 직원들을 기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직원과의 호흡, 그리고 금융지식의 활용이 지금의 AJS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 회장이 갑자기 전통 제조업에 뛰어든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큰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까지 받으며 꼬박 1년을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 그로서는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였다고 한다. "증권사에서 일할 때는 금융이라는 개념보다 돈에 집중했습니다. 돈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차츰 부를 쌓아갔지만 인생은 뭔가 황폐해지고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늘 있었습니다. 새로운 목숨을 얻고서야 알겠더군요. 내가 하고 싶은 동시에 남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야 되겠다는 것이죠." 병상에서 일어난 그는 가장 정직하다는 제조업 분야에 초점을 두고 안정적인 시장을 갖춘 아이템으로 저력을 보유한 기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경영권을 획득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당시 재무제표만 내밀어서는 정상적인 금융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AJS가 내세울 만한 것은 단지 40년의 오랜 역사뿐이었다. 1차년도는 외형성장보다 경영환경 개선에 주력했다. 긴축재정으로 직원들의 퇴직금도 분할상환했으며 노조의 동의를 얻어 임금도 5% 삭감했다. 재무제표는 이듬해 곧장 흑자로 돌아섰다. 주거래 은행, 제1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됐다. 김 회장은 금융이라는 나름의 '전공영역'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증권사에 재무제표를 들고 찾아가니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 발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본격적인 자금조달과 투자에 팔을 걷어붙였다. 용인에 위치한 AJS의 3공장 AJST는 바이오ㆍ제약ㆍ식품ㆍ반도체 등 고도의 위생이 필요한 곳에 쓰이는 초청정 배관을 생산하는 업체다. 일반 배관보다 부가가치도 높다. 이는 사실 김 회장이 2009년 4월 금융위기로 어려워진 스테인리스 파이프 공장을 법원경매를 통해 사들인 것이다. 당시 공시를 통해 밝힌 취득가액은 20억5,000만원. 지난해 AJST의 매출은 약 120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2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베어링 등을 생산하는 중국의 제4공장 역시 김 회장이 자금조달을 통해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규모를 키우고 내실을 다졌다. 이에 인수 당시 건설 분야에 100% 의존하던 매출 비중이 지금은 4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플랜트와 산업시설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다. 김 회장은 이 과정에서 한 가지의 원칙을 세우고 지켜왔다. 노조에 경영상황을 공개하는 것. 그는 회사를 인수한 직후부터 매주 열리는 경영회의에 노조원 1명을 반드시 참석시키고 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영업상황과 현재 실적, 투자검토, 자금조달 상황 등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별도로 노조 측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거짓이나 과장,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회의에 직접 참여시킨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실제 노조가 김 회장 인수 첫해부터 M&A를 통해 회사에 온 금융권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정책에 기꺼이 협조한 것도 회사사정을 가감 없이 공유했던 까닭이었다. 물론 지금도 노조는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그는 "제조업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즐거워하고 회사에 애착을 가질 때 제품의 품질도 올라가고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올 초 김 회장은 생산직 직원들의 임금인상률을 10%로 정했다. 최고 실적을 기록한데다 그동안 한번의 분규 없이 함께 달려온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직원의 반응을 묻자 그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더 주고 싶었다"며 "얼마 전 직원들하고 등산을 갔는데 식사자리에서 자꾸 술을 권해 힘들었다"는 웃음 섞인 말로 답을 대신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국내에서 성장률이 썩 괜찮다고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그는 인수 이후부터 계속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중국업체의 성장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 출장 길에서 돌아왔다는 김 사장은 중국 제조업체의 급부상에 혀를 내둘렀다. 5년 전 비슷한 규모로 출발했던 중국 협력업체가 현지 지방정부의 부지제공ㆍ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을 업고 지금은 범용제품만으로 20~30만㎡ 규모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정부의 기업정책을 우리 정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인이 느끼는 위기감을 공감해 실질적인 우량기업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이 국내 제조업을 잠식하는 일이 올 수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무엇보다 더욱 고부가가치의 시장을 발굴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초청정 배관과 같이 끊임없이 고부가가치 분야를 찾고 배관시장 분야가 아니라면 새로운 사업으로라도 가야 한다"며 "결국 AJS의 브랜드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JS가 영속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직원들과 나누며 성장하는 지금이 내 인생의 르네상스"라며 "AJS가 계속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일 회장은

▦1959년 경남 고성 ▦1987년 원광대 졸업 ▦2001년 고려대 정경대학원 ▦1999~2000년 대신증권지점장 ▦2000~2002년 하나증권지점장▦2003~2004년 탑앤탑 대표이사 ▦2005년 AJS 대표이사 사장 취임 ▦2008~현재AJS 대표이사 회장 ▦2009년~현재 코스닥협회 이사


■ 에이스종합건설 아파트형 공장

"내진기능 대구경 앞세워 올 800억 매출"
김수일 회장이 올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바로 대구경 제품이다. 대구경이란 말 그대로 지름이 큰 파이프를 연결하는 제품을 일컫는 것으로 주로 원자력발전소나 플랜트ㆍ풍력발전설비ㆍ열병합발전소 등 거대 규모의 시설에 쓰이는 부품이다. AJS는 지난 2009년 지름 60㎝ 규모의 'T'자형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2만톤급 설비를 갖춘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엘보(Elbow)라 부르는 'ㄱ'형 제품 생산설비를 준공했다. 본격적인 대구경 시장 진출 준비를 마친 셈이다. 김 회장은 "T자형 프레스의 경우 시장에 이미 알려지면서 주문이 밀려드는 상황"이라며 "엘보형 제품 역시 점차 생산량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AJS 대구경 제품이 지니는 경쟁력으로 다른 여러 제품과 함께 일괄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초청정 이음쇠, 홈조인트, 중소형 제품 등 다양한 구성을 갖춘 만큼 반도체 등 수요처가 설비를 증설할 때 필요한 배관제품을 일괄 주문 받아 납품하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JS는 올해 대구경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전략팀장 및 본부장을 새로 뽑고 일반 직원 3명도 채용해 대구경 사업 분야에 주력하는 별도의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대구경 분야에서 약 70억~8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3배 정도 규모인 2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기대하고 있는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일본시장이다. 이번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일본의 한 글로벌 업체에서 바이어를 통해 AJS에 내진기능을 갖춘 'T'자 및 엘보 제품을 공급 요청한 것이다. AJS가 이미 홈조인트 등 내진기능을 갖춘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ㆍ생산한 데 따라 관련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관련제품 생산을 위한 금형 준비를 마친 상태이며 샘플제품을 생산해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상반기 내 공급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초청정 및 대구경 제품을 앞세워 올해 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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