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가 출시 1년만에 시장점유율을 4배 이상 끌어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제일약품(271980)의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가 개발해 제일약품이 유통하는 자큐보는 경쟁 제품이 많은 상황 속에서도 출시 1년간 누적 처방액 345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회사 측은 올해 자큐보가 국내외 매출 7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 매출 1700억 원에 도전한다.
제일약품은 이달 13~14일 원주 오크밸리에서 ‘2025 자큐보 비전 선포식’을 열고 중장기 목표와 영업·마케팅 방향성을 전사적으로 공유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700억 원, 내년 1700억 원이라는 매출 목표도 세웠다. 언뜻 보면 무리한 매출 목표처럼 보이지만 회사 측은 “충분히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자신감의 배경은 출시 후 자큐보가 거둔 1년간의 성과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자큐보의 원외 처방액은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0월 5억 3600만 원에서 올 9월 53억 4800만 원으로 치솟았다. 출시 1년 만에 처방액 규모가 약 10배(897.76%) 급등한 것이다. 출시 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시장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1.3%에 그쳤던 점유율이 올 3분기에는 4.8%로 3배 넘게 늘었다.
자큐보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37호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후 같은 해 10월 국내 출시됐다. 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에 이어 P-CAB 계열 치료제로는 세 번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큐보의 빠른 성장에 대해 “P-CAB 계열 경쟁 제품보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양성자펌프억제제(PPI) 계열을 대체하면서 전체적 시장 규모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자큐보의 차별화 지점은 위산 억제 효과를 보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은 반면 지속시간은 길고, 위 내 pH 유지율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임상 3상 결과 투약 1시간 내 위산 억제 효과를 나타냈으며 24시간 동안 위 내 산도가 pH 4 이상으로 유지되는 비율이 85.2%에 이르렀다. 아울러 반감기가 길어서 위산 억제 작용도 지속되기 때문에 야간에 발생하는 속쓰림 증상 개선에도 효과가 좋다. 기존 표준치료제였던 PPI가 갖고 있던 최대 효과 발현까지 걸리는 4~5일의 기간과 공복에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 유전적 다형성에 따른 약효 변동, 야간 산분비 억제 한계 등 문제를 극복한 것이다. 최근에는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물 없이 입안에서 빠르게 녹여 먹을 수 있는 구강붕해정 제형을 개발해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기도 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앞으로 자큐보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 진출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 올 6월 위궤양을 신규 적응증으로 추가했고, 현재는 비스테로이드성소염제(NSAIDs) 유발 소화성 궤양 예방 및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중국·인도·멕시코·남미 등 26개국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미 마일스톤(기술료) 등으로 올 1~3분기 수출액 91억 원을 기록해 작년 연간 수출액(9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중국에서는 파트너사 리브존제약이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중국 당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시장 진입이 눈앞에 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자큐보는 제일약품 65년 역사 속에서 만들어낸 가장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로 회사의 미래 성장을 이끌 핵심 엔진”이라며 “긴밀한 협업과 현장 실행력이 강화된다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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