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개발 비리’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에 대한 인사 조치를 시사하자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출범 예정이었던 ‘마약범죄 전담 합동수사본부’의 본부장으로 내정돼 있었는데 합수부 출범도 파행으로 이어지게 됐다. 같은 날 송강 광주고검장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검사장들도 집단 사직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법무부와 검찰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박 지검장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 등 전국 검사장 18명이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반발의 입장문을 올린 지 일주일 만이다. 송 고검장은 지검장 집단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최근 검찰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에 사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정 장관은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을 징계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인사 사무 등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에 대해 평검사 전보 조처 방안도 실제 검토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제외한 사실상 전국 모든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들이 평검사로 전보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박 지검장 등이 사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박 지검장의 사의에 따라 이날 수원지검에 설치돼 출범 예정이었던 마약범죄 전담 합수본 출범도 연기됐다. 합수본은 검찰과 경찰, 관세청·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기관에서 약 80명의 인력을 파견받아 이날 출범할 예정이었다. 합수본부장에는 박 지검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검장은 대검 마약과장과 조직범죄 과장, 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마약부장 등 검찰 내 마약범죄 수사의 잔뼈가 굵은 강력통이다.
한편 정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 개시한 ‘관봉권, 쿠팡 외압’ 의혹에 대한 상설특검도 본격 출범해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봉권 띠지 분실’ ‘쿠팡 퇴직금 외압’ 의혹 등을 수사하는 상설특별검사에 안권섭(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를 임명했다고 이날 대통령실이 밝혔다. 최대 68명 규모인 상설특검은 20일간 준비 기간을 갖고 연장 기간을 포함해 최장 90일간 두 의혹을 수사한다. 안 특검은 1996년 광주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안 특검팀이 수사할 대상은 해당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팀이다. 앞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한국은행 관봉권을 포함한 현금 다발을 확보했다. 그러나 압수 과정에서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해 ‘증거인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4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쿠팡 물류 자회사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수사팀인 문지석 부장검사는 국회에 출석해 엄희준 당시 지청장 등이 쿠팡을 무혐의로 처분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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