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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쓸돈이 말라간다

금리 인상에 이자 상환부담 늘고 교역조건 악화로 GNI는 제자리<br>올 순저축률도 6년만에 최저 전망


중산층 등 서민들이 쓸 돈이 말라가고 있다. 초고유가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구매력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역조건 악화로 국민총소득(GNI)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는 반면 시중 금리는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경기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국민들의 쓸 돈이 줄면 소비 위축과 함께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현상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6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개인의 순저축률은 지난해 2.3%로 신용카드 거품으로 과잉 소비가 극심했던 지난 2002년 말 2.0%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규모는 70%로 가계대출이 문제됐던 2002년의 64%보다 오히려 더 높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올해 순저축률이 1%대로 낮아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난해보다는 더 떨어지면서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낮은 저축률은 경기 악화와 같은 외부 충격에 저소득층 파산 증가 등 가계의 대응 능력이 취약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저축률이 낮은 이유가 카드 버블 당시에는 과잉 소비 때문이었다면 올해는 쓸 돈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2002년 당시 GNI 증가율은 7.0%에 달한 반면 올 1ㆍ4분기에는 1.3%에 그쳤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2005년 이후 가계 소득을 다소 웃도는 소비 증가세가 이어져온 결과 차입 확대를 통한 소비 여력이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늘지 않는 것은 고유가로 교역 여건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올 1ㆍ4분기 순상품 교역조건지수(2005년=100)는 지난해 말보다 6.7% 하락한 80.5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저치 기록이다. 원자재가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재화의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수출 재화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같은 규모의 상품을 수출해도 수입할 수 있는 상품 규모는 줄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올해 국내총소득(GDI)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ㆍ4분기 GDI는 지난해 1ㆍ4분기에 비해 0.2% 증가에 그쳤는데 당장 2ㆍ4분기부터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GDI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빚내서 소비하던 호시절이 끝나는 동시에 실질소득은 줄면서 가계의 고통도 배가되고 있다. 더구나 경기 둔화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빚은 빚대로 늘어난 반면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 현재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9%대를 넘어섰고 소비자물가는 연초 3%대에서 6월에는 5.5%로 급등한 실정이다.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비어가면서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대비 부채비율과 이자율ㆍ연체율이 올라가면 대출 만기 때 금융기관이 연장을 해주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최근 가격 하락 우려로 아파트 매입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자산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가계가 유동성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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