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금리 담합 이슈가 터질 때면 어김없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 당국이 대립각을 세운다. 이렇게 되면 통상 공정위는 금융산업의 특성과 실태에 무지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고 금융 당국은 소비자 보호는 뒷전이고 금융회사만 감싼다는 또 다른 비판을 반대 급부로 떠안는다.
졸지에 금융회사는 금융 당국과 같은 편이 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이들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에 더 가깝다.
지난해 말 공정위가 보험사들이 2001~2006년 이율을 담합했다면서 총 1,174억원의 과징금을 매긴 사례는 이런 미묘한 역학관계를 잘 보여준다.
당시 보험사들은 당국의 행정 지도에 따라 관행대로 대형사부터 중소형사 순으로 이율을 조정했다고 항변했지만 공정위는 이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 자체만 문제 삼았다.
흡사 파워게임 양상을 띠는 금융 당국과 공정위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보험사들은 과징금 산정 기준의 부당성을 소송을 통해 풀려 했다. 그 결과 삼성생명은 1심(고등법원)에서 이기고 올해 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대한생명 등도 판결을 대기하고 있다.
가격 정보 제공 등 물가잡기를 명분으로 공정위가 돈을 대 시민단체가 발표했던 변액연금보험 리포트도 수익률 산정 등에서 결정적 오류로 점철됐다. 이 때문에 변액연금보험은 큰 타격을 입은 끝에 이제서야 안정을 되찾고 있다.
금융 당국과 공정위의 엇박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험사 표준약관 문제도 여기에 해당된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허가한 표준약관에 대해 공정위가 불공정 약관 여부를 조사해 난감하다"며 "맡은 역할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도대체 갈피를 못 잡겠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정부의 관리 감독 자체가 폄하돼서는 안 된다.
변액연금보험 파동의 경우 보험사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개선하고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측면은 평가할 부분이다. 또 의료계와 보험사 간 갈등이 첨예한 실손의료보험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균형 잡힌 중재자로서 맡아야 할 역할은 산적해 있다.
다만 정부가 합목적성을 가진 시장 개입이 부당한 간섭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보다 정치한 접근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한 중형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금융 당국은 공정한 심판 역할에 충실해야지 선수 등 뒤에 붙어 '잽을 내라' '어퍼컷을 날려라' 식으로 훈수를 둬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 보험료를 놓고 내리라고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것도 그런 양태"라고 지적했다. 심판이 경기장에 나와 골키퍼도 보고 미드필더로도 뛰는 양상이다.
인사 등 경영 전반에 대한 팔 비틀기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졸 인력 채용을 할당하고 법인 카드 포인트를 사회 공헌 활동에 쓰라는 등의 요구는 좋은 명분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성격의 일이다. 한 보험사 실무자는 "최근에는 국가신용도가 올랐다고 정부로부터 광고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며 "대선 때문인지 당국의 간섭이 전방위적이라 어떨 때는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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