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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아침에] 한국 저평가의 또다른 원인

이현우 논설위원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구조 관련 발언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투명사회협약 체결식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분식회계ㆍ지배구조와 규제문제를 들고 있다”며 “민간 부문의 투명성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달 말 주총에서 지배구조 문제점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공격에 “사회에도 지배구조가 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당부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공박했다. 투명하지 못했던 기업들의 原罪 대통령과 시민단체는 기업 쪽에, 재계는 기업보다는 다른 집단들에 더 큰 잘못이 있다는 입장이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둘 다 옳기도, 둘 다 틀린 것이기도 하다는 게 답일 듯싶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죄는 기업에 있는 게 분명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총수의 경영전횡과 분식회계가 아무렇지 않게 이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응징과 제재가 거의 없던 것이 우리 현실이었다. 이게 IMF를 불러온 주원인으로 꼽혔으니 기업을 일방적으로 지탄해도 전혀 탓할 일이 아니었다. 용어조차 생소했던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은 그때부터 우리 기업과 경제의 사활을 가름하는 요소로 여겨졌고 기업들은 개선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기업들은 어떤 모습인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조7,900억여원(107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세계 9번째의 100억달러 이익 기업이 됐다. 또 포천지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세계 50대기업’에 꼽혔으며 애니콜은 아시아국가의 물가수준을 평가하는 지수가 됐다. LG전자는 미국ㆍ일본의 언론들로부터 정보기술(IT)의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가 미국에서 품질 1위 차량과 가장 결함 없는 차로 선정됐으며 일본 도요타가 상호 공장개방을 요청할 만큼 세계적인 실력자로 부상했다. SK는 외국투자회사로부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인정받았다. 메릴린치는 SK㈜의 경영은 총수가 아닌 이사회가 하고 있다며 SK 이사회의 독립성과 영향력은 한국 최고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SK 주총에서 많은 외국인 주주들이 소버린의 지배구조 타박을 외면하고 SK의 손을 들어줬다. ‘사회지배구조 탓’항변 새겨들어야 지배구조 시비의 주 타겟인 4대 그룹이 모두 세계무대에서 눈부신 질주로 외국언론과 투자자들로부터 관심과 경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그들의 경쟁력을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경쟁력이 전적으로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부문에 취약한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국내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에 큰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면 다른 분야는 어떤가.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국 60개국 중 30위권에 머물러 제자리걸음을 했다. 부문별로는 기업의 개혁마인드, 경영진의 국제경험, 특허건수 등은 1~4위였다. 반면 노사관계는 60위, 교육이 59위로 꼴찌였으며 정책의 일관성, 정치권의 경제이해도 등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기업 외의 부문이 그나마도 선전하고 있는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제 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정말 우리 잘못 때문이냐고 항변해도 반박하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우리의 지배구조나 경영투명성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 기업들의 지속적인 개선노력이 있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한국기업과 경제가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오히려 다른 부문의 분발이 훨씬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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