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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늘 당신이 먹은 육식은 도덕적인가 비도덕적인가

저자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고통"… 동물에 윤리적 지위 부여

■ 동물을 위한 윤리학 최훈 지음, 사월의책 펴냄

"인간처럼 존중 할 가치 없다"… 칸트·데카르트 이론에 반기

육식·동물실험·구제역 살 처분… 인간 중심 이기적 관행 꼬집어



"네 다리만 아프냐 내 다리도 아프다."

얼마 전 운동하다 다친 다리를 이끌고 식당에 가 산낙지를 먹었다. 낙지는 내 입속으로 들어가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미안하다. 몰랐다. '동물을 위한 윤리학'을 읽지 못해서…"

최훈 교수는 '동물을 위한 윤리학'에서 척추동물뿐 아니라 무척추동물 중 낙지와 같은 두족류도 고통을 느낀다고 말한다. 신경과학을 통한 연구 결과니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포유류처럼 인간과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고통을 느끼는 낙지를 먹는 것이 옳은 일일까.

저자는 책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동물은 인간뿐이 아님을 신경과학 등을 통해 보여준다. 단순히 동물들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그치는 않는다. 저자는 고통을 느끼는 감응력을 가진 동물들은 인간과 같이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을 듣다 보면 도덕적 지위를 가진 동물들을 인간이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들이 존재한다.

유명한 철학자인 데카르트, 아퀴나스, 칸트, 캐루더스는 모두 동물에게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가 없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가 없다면 그 자체로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없게 된다. 대신 이들은 동물들의 주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동물에게는 '간접적인' 도덕적 지위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물에게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동물 권리론'을 설파한 톰 리건과, 인종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를 비판하는 원리를 일관되게 적용하면 종차별주의도 비판할 수밖에 없다는 개념을 적용한 '동물해방론'의 피터 싱어는 동물에게 '직접적인' 도적적 지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에게는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가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저자는 이들 주장에 동조하며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도덕적 지위를 갖는 데 중요한 이유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신경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나의 행복을 우선시 할 수는 있지만, 아프다는 사실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물에게도 윤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수렴되는 저자의 주장은 동물의 윤리로 한정되지 않는다.

동물에게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이론들은 인간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계약론적 도덕관은 종차별주의를 옹호하는데 이용된다. 합리적이지 못한 동물은 가상의 협상 상황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자신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계약론에서 동물은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인간 종이 공유하는 독특한 유대감이 있어 그렇지 못한 동물은 '직접적인' 도덕적 지위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판단 능력이 생기지 않은 신생아나 판단 능력을 상실한 식물인간과 같은 이성의 선 바깥에 있는 '가장자리'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 인간으로부터 도덕적 지위를 뺏을 우려가 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른 특별한 도적적 지위를 갖는다는 주장 역시 진화론에 의해 거짓임이 밝혀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화론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라는 것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외부 자극에 반응을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신경과학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 물론 모든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지렁이나 곤충은 연구 결과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지렁이나 곤충을 함부로 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인간이나 동물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이들에게 간접적으로 도덕적 의무를 진다.

저자는 육식에 대해서도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가축의 경우 그 동물의 본성에 맞게 사육한 다음에 고통 없이 도살이 가능하다면 도덕적 지위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가 먹는 고기는 밀집식 사육 환경에서 생산된 고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동물 실험 역시 반대한다.

동물에 대한 실험을 허용할 경우, '가장자리' 인간에 대한 실험도 허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제역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도 인간 중심적인 이익 계산에 치중한 비윤리적이며 종차별주의적 관행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고통을 느끼는 존재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위한 윤리학이 인간 자신을 위한 윤리학이기도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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