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년 만에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어 12월 대통령선거가 있다. 우리는 수십년간 지역주의 성향의 선거로 인해 '통합'이라는 주 동력원을 상실해왔고 지역 갈등이 분열을 초래해 국가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만큼 지역주의는 극복 과제이며 정치개혁의 가장 큰 화두가 돼 왔다.
필자는 제17대부터 최근 19대 총선까지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연거푸 당선됐다. 특히 이번에는 58.2%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돼 많은 분들로부터 "어떻게 새누리당 텃밭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3선을 했는가. 그 비결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최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양숙 여사님도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셨다.
필자는 15~16대 총선에서 연속 낙선의 고배를 마셨는데, 15대에서는 1만835표를 받았다. 28살 정치초년생에게 1만표 이상 지지해준 분들이 너무 존경스럽고 고마웠다. 새 정치를 희망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겁 없는 도전의 시작이었다. 16대에 낙선했을 때 어두운 긴 터널 속에 서 있는 듯한 절망감도 컸지만 희망의 빛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지난 2001년 봄 어느 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 "조위원장은 (다음 총선에서) 될 겁니다. 늦겨울의 혹독한 칼바람을 경험했기 때문에 곧 봄이 찾아올 겁니다" 그분의 격려대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부산에서 당선됐다. 8년 동안 묵묵히 지역 주민들과 현안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진정성을 담아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께서 지역주의의 빗장을 풀어 주셨다고 생각한다.
"어찌 농부가 밭을 탓하리오!" 노 전 대통령께서 16대 총선에서 낙선하신 뒤 남긴 말씀이다. 두터운 지역주의를 들어 현실만을 원망해서는 그 벽을 넘어설 수 없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천천히 한걸음씩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지역주의의 벽은 예상보다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아무리 척박한 땅일지라도 열심히 일구고 또 일구면 언젠가는 옥토가 된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에서 계속 싹쓸이 한다면 그것은 지역 주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산의 경우 제2의 도시라는 명성은 간데없고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정치는 물론 각 분야에 걸쳐 변화와 희망이 샘솟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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