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강만수(사진)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 내정된 10일 세종로 위원장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지 약 2시간 후 기자와 만난 그는 까만색 보온 조끼를 입고 벌써 '공부'를 하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현안을 파악해 공백 없이 업무를 이어가겠다는 '베테랑'의 면모가 몸에 배어 있는 모습이었다. 앞으로의 구상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임명도 안됐는데 앞으로의 구상을 말할 수 있겠느냐. 나도 (내정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된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오후2시40분께에는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윤만호 부사장, 김영기 수석부행장 등 경영진과 함께 강 위원장을 찾았다. 강 위원장과 민 행장 등은 약 1시간가량 인사를 나누고 현안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 작업을 했다. 민 행장은 미팅 후 "오늘은 실무적인 이야기들을 나눴다"며 "이미 산은지주와 산업은행의 주요한 현안들에 대해 잘 알고 계시더라"고 전했다. 2달가량의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소감을 묻자 "섭섭한 마음은 전혀 없고 오히려 시원하다"며 "산은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줄 능력을 가진 인물이 후임으로 오셔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당초 우리ㆍ하나금융 회장 등 숱한 하마평에 올랐던 강 위원장이 산은지주 회장직을 수락한 것은 금융당국의 삼고초려에 따른 것이다. 저축은행 정상화 문제, 가계대출, 서민금융활성화 등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상황이어서 산은의 민영화를 믿고 맡길 만한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강 내정자는 산은의 민영화와 구조개혁을 돌파력 있게 추진할 만한 경험과 식견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라며 "회장과 행장을 겸하도록 한 것도 최전방에 서 있는 산업은행을 힘있게 리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강 내정자는 행시 8회 출신으로 김 위원장(행시 23회)보다 한참 선배다. 강 내정자가 지난 1997년 차관으로 취임했을 때 김 위원장은 당시 외화자금과 과장이었다. 따라서 과연 금융정책기조가 제대로 묻어날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금은 기능 시대지 계급장 따지고 병졸놀이 하는 시대는 아니다"며 "뜻이 서로 잘 통하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장관급 인사를 산은지주 회장에 내정한 것은 산은 민영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그동안 인적분할을 통해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등 민영화의 1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국책은행의 역할론이 강조되면서 수신기반 확대나 기업공개를 통한 지분매각 등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또한 강 내정자가 '메가뱅크'를 지지하는 측에 속해 있기 때문에 향후 금융권 전체에 새로운 판도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거물급 인사를 통해 산은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깔려 있다"며 "산은 민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금융권 전체의 시장환경도 변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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