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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리더, 새로운 대한민국] <10·끝> 글로벌 지도자 벤치마킹해야

좌·우 기울지 않는 '한국적 실용주의' 만들라<br>냉전체제 붕괴이후 '경제살리기'가 주요목표로<br>레이건·대처·덩샤오핑 이어 최근 사르코지까지<p>시장경제 기초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일 직전인 지난 17일 TV방송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취임 석달 만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실용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이 당선자는 스스로 실용주의자이며 CEO 대통령이라고 말하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지목한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노동조합의 강성투쟁과 과도한 복지제도의 수술에 나섰다. 그의 실용주의는 고질적인 프랑스 병을 고치는 것이었다. 28세 때인 1983년 파리 인근 뇌이쇠르센시장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이래 국민과 함께하는 실용주의로서 지금의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올 5월 취임한 사르코지 대통령이 최근 남긴 가장 인상적인 사건은 노조와의 싸움이다. 11월13일 사르코지의 ‘연금ㆍ교육 개혁’에 반대하며 프랑스 최대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이 파업에 들어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러나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자신의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노조와 타협을 계속하면서도 개혁의 당위성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그 결과 CGT는 파업 사흘 만에 사르코지에 굴복하고 말았다.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사르코지의 충정을 국민들이 믿어준 결과다. 1980년대 중반 강성노조와 재정적자에 맞서 싸우며 빈사상태의 영국을 오늘날 새로운 ‘금융강국’으로 만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사르코지의 개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파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지지를 받는 그는 작은 정부와 규제 완화, 국가경쟁력 회복에 개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성장ㆍ고비용ㆍ고실업으로 표현되는 ‘프랑스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일하는 프랑스’로 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역대 정권이 노조의 반발 때문에 엄두를 못 낸 공기업 개혁과 공무원 감축도 당연히 그의 개혁과제다. ‘경제 대통령’으로서 최근 리비아에서 100억유로(약 14조원), 중국에서 200억유로의 세일즈 실적을 올린 것도 실용주의 외교의 결과다. 그는 친미주의자라는 일부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회복하고 노조의 불법 파업 등에 단호히 대처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확고한 원칙을 가진 실용주의자’로 각인되고 있다. 기실, 작금의 선진국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실용주의(pragmatism) 리더십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냉전체제가 붕괴된 지 20년 가까이 지나면서 좌와 우의 대립은 의미가 없어졌고 밖으로는 자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며 안으로는 경제를 살려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목표가 되고 있다. 한때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지도자들도 더 이상 좌파와 우파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한다. 국민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중산ㆍ서민층의 실생활을 향상시킬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가차없이 배척되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느 나라든 고질적인 경제의 질병으로 인해 생긴 장기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에 기초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연방정부 내에 산업경쟁력위원회를 설치,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함으로써 일본과 독일의 추격을 따돌렸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대처 총리는 남성 정치인 못지않은 정치 리더십으로 국영기업 민영화, 노동법 개정 등을 통해 이른바 ‘영국 병’을 극복했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과감히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 문화혁명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살려 오늘날 연간 10%를 넘나드는 고도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중국은 마오쩌둥 시절에 문화혁명을 한다며 좌파적 개혁에 치중하다가 20년간 낙후했고 그동안 한국 경제가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아시아의 기적을 이룬 바 있다. 하지만 뒤늦게 자본주의적 개혁에 성공한 중국은 맹렬한 속도로 뒤?아와 지금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의 패권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15년 가까이 슬럼프에 빠져 있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나 다시 한국 경제와의 격차를 벌리며 앞서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ㆍ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고질적인 한국 병을 고쳐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개발연대의 고도 성장으로 조금 배가 불렀다고 안도하고 10년간 왼쪽의 실험을 하는 사이에 한국 경제는 일본과 중국에 밀려 위기에 처해 있다. 샌드위치론이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우리가 앞으로 10년 더 정체할 경우 세계 경제는 물론 동아시아에서 존재할 근거조차 잃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이명박 정부는 선진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해 한국적인 실용주의 리더십을 창조해야 할 소명을 안고 있다. 세계 유수의 여러 정치 지도자들을 거울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작은 실용주의 리더십을 구축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국민들의 삶을 옭죄었던 좌파적 도그마에 빠진 정책들을 단호히 분쇄하면서도 국민들의 기본권을 신장하고 소외되고 가난한 경제적 약자를 돌보는 복지정책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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