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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평준화·등급제' 논쟁 본격 불붙나
입력2004-09-10 11:48:38
수정
2004.09.10 11:48:38
국회 교육위 이주호 의원(한나라당)이 초.중.고교생의 지역.학교별 학업성취도 격차가 뚜렷하고 서울지역내 학력 차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 자료를 발표한 뒤 `고교 평준화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특히 교육부와 교육혁신위가 2008학년도부터 학교간 격차는 인정하지 않고 내신위주 대입전형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반면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지 않고서는내신 위주 대입전형이 어렵다고 맞서고 있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력저하.격차, 평준화 탓' 논란 = 이주호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이던 지난 2월에도 이번과 같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1년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분석, "비평준화지역 고교생들의 성적이 시간이 갈수록 평준화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평가원은 남녀간.과목간.지역간 학력격차를 파악하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 등을알아보기 위해 매년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재학생의 1%를 샘플링, 학업성취도 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별 성적은 샘플링한 학교가 각 지역 대표성이 없고 모집단이 적은데다 교육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당시 비평준화지역 고교가 비슷한 수준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만큼 학습효과가 높은 데다 우수학생 유치 경쟁을 하면서 우수교사를 고용하고더 효율적인 교육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평준화지역 고교는 학습능력에 큰 차이가 있는 학생들이 한 학교에서공부하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은 상위권 학생대로, 하위권 학생은 하위권 학생대로학습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이 거듭돼 평균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
교육계 입장은 다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관계자는 "학생들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해 교육하는 것이세계적인 추세이며 엘리트와 학력부진아를 분리 교육하는 것은 사회 통합에 저해돼더 큰 사회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현진 KEDI 부연구위원은 "사교육비 지출을 유발하는 원인은 요소별로 학교 불만족이 가장 컸고 가구소득, 거주지역, 어머니 학력, 아버지 학력 순이었으며 평준화는 오히려 사교육비 지출을 조금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의원이 교육위원임에도 불구하고 수월성교육.엘리트교육을주장하는 경제계 목소리를 여전히 대변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고교등급제 허용 논쟁으로 확산될 듯 = 이 의원이 학교격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료를 내놓음에 따라 대입전형에서의 고교간 격차 인정, 즉 고교등급제 허용 논쟁에 불이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8학년도부터 수능성적이 9등급제로 바뀌게 돼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학생부 성적을 위주로 대입전형을 하려면 고교간 격차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대학들의 주장.
앞서 어운대 고려대 총장은 "고려대의 경우 수능과 학생부 모두 1등급이 지원할가능성이 커 변별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고교간 학력격차가 엄연한 현실인 만큼 이를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일부 사립대가 이미 수시모집 등에 학교.지역에 차별을 둔다는 소문도 일선학교나 학원가 등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실정.
이주호 의원도 "고교별 학력격차가 분명하고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어 학교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새 대입제도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 주요대 입학처장 회장단이 10일 모임을 갖고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며 고교등급제와 대학별 본고사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겨 파장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고교등급제 불허-평준화 유지' 일관 =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석수 교육부 학사지원과장은 "학교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이 아닌 학교간 격차나 선배들의 실적으로 대입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교육연좌제'"라며"철저히 조사해 강력한 행.재정 제재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평준화제도와 관련해서는 교육부는 "평준화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교육의 '형평성' 및 '수월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다양한 교육 욕구에 부응할 방침"이라는 입장을되풀이하고 있다.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배제한 채 교육청이 일괄적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평준화의 폐해를 줄이고 입시 경쟁이 부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 교육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
이에 따라 선(先)지원-후(後)추첨 확대, 특성 화고.대안학교.자율학교 활성화,자립형 사립고 도입, 영재교육 강화, 수준별 이동 수업 정착, 집중이수과정 설치 등종합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서?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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