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m 버디 퍼트가 홀 속으로 사라지기도 전에 짐 퓨릭(45·미국)은 퍼터를 내려놓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종전에 거의 볼 수 없었던 그의 격정적인 세리머니였다. 퓨릭은 "세리머니에 4년6개월의 좌절감이 다 담겨 있다"고 말했다.
'8자 스윙' 퓨릭이 긴 '우승 가뭄'에서 벗어나며 베테랑 희망가를 불렀다.
퓨릭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7,101야드)에서 열린 RBC헤리티지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몰아쳐 케빈 키스너(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두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0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4년 반 만에 들어 올린 PGA 투어 개인통산 17번째 우승컵이었다. 퓨릭은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16번째 우승 이후 꼭 100번째 출전 만에 승수를 추가해 '99전100기'를 이뤄냈다. 그 동안 우승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이전까지 99차례 대회에 나선 그는 31번이나 톱10에 들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단독 또는 공동 선두로 출발하고 최종일 우승을 날린 경우만도 9번이나 됐다. 2013년 BMW 챔피언십에서는 2라운드 때 '꿈의 59타'를 치고도 최종일 역전패한 악몽도 겪었다. 준우승만 7차례. 40대 중반의 나이에 불운과 뒷심 부족이 겹치자 그를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와 팬들도 사라져 갔다.
하지만 퓨릭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 역시 좌절했었다"고 밝히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퓨릭은 이날 선두 트로이 메릿(미국)에 4타 뒤진 5위로 출발, 전반에만 4연속 버디를 포함해 6개의 버디를 낚으며 선두에 나섰다. 후반에도 2타를 줄여 1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친 그는 또 한 번 고비를 맞았다. 마지막 조의 키스너가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연장전에 끌려간 것. 연장전에 들어간 퓨릭은 18번홀에서 키스너와 똑같이 버디를 잡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7번홀(파3)에서 벌어진 2차 연장전에서 키스너가 5m가량의 버디 퍼트를 실패하자 3.6m 퍼트를 홀에 떨궈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상금은 106만2,000달러(약 11억5,000만원). 한때 61위까지 떨어졌던 세계랭킹은 지난주 10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퓨릭은 이 대회와의 인연도 확인했다. 그는 2000년 이 대회 연장전에서 브라이언 데이비스(미국)가 해저드 구역에서 말라 죽은 갈대에 헤드가 닿은 사실을 자진 신고해 벌타를 받으면서 우승했었다.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272.7야드로 PGA 투어 201위에 불과한 그는 페어웨이와 그린이 좁은 코스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40대 선수도 전략에 따라 우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는 페어웨이 안착률 4위(72.98%), 퍼트능력 지수 8위에 올라 있다. 그는 가파른 백스윙 때문에 톱에서 클럽헤드가 '8'자를 그린다고 해서 8자 스윙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 오픈에 출전해 3위를 차지한 일도 있다.
마스터스를 제패하고 휴식 없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조던 스피스(22·미국)는 공동 11위(10언더파)에 올랐고 배상문(29)은 공동 37위(5언더파)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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