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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카터, 北 계략 휘말리기 우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전직 국가수반 모임인 디 엘더스 회원 3명이 지난 26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 북한 방문을 마치고 오늘 서울에 도착한다. 김정일의 초청으로 이뤄진 방북이라는 점과 시의성을 감안할 때 카터 일행의 이번 방북에는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다. 희망의 메시지란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빙 여부와 관계된 것이고 회의적인 시각은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남남갈등 증폭 우려와 관련된 것이다. 친북 성향이 이용 가능성 농후 일각에서는 카터가 김정일로부터 핵 개발 포기 및 천안함 공격 등 대남 도발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고 향후 남북관계가 급진전을 이루며 한반도 평화 무드를 조성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에도 전쟁위기에 휩싸인 한반도를 구해내는 데 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을 돌이켜볼 때 카터의 평화 전도사 역할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고 북한정권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했다. 카터는 1994년 6월에도 방북해 김일성과 핵동결에 대한 합의를 끌어냈다. 그해 10월17일 제네바합의가 이뤄지면서 북한 핵 위기는 종결되고 한반도에는 평화가 정착하는 듯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 직후에도 국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예컨대 제네바 합의가 체결된 지 꼭 1년 후인 1995년 10월17일 임진강변에서는 북한 무장공비침투 미수사건이 발생했다. 일주일 후인 10월24일에는 부여에서 무장간첩 2명이 사살 및 생포되는 사건이 터졌다. 그뿐인가. 이듬해인 1996년 9월17일에는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이 발생해 무장공비 25명이 소탕되기도 했다. 북한에게 대화와 협상이란 국면이 불리할 때 시간벌기용 혹은 적의 긴장을 늦춰 역공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허점조성용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카터의 방북도 의도하지 않게 북한의 계략에 말려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북한이 카터의 친북성향을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김일성 시대부터 카터는 북한의 대남전략에 의도하지 않게 봉사하는 한반도 정책을 추진했다. 예컨대 카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권탄압을 빌미로 삼아 주한미군 전면철수를 계획했는데 그것은 김일성의 환심을 사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카터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극도의 비판을 가하면서 북한의 독재와 인권유린 등에 관해서는 함구하는 이중성도 보였다. 최근에도 카터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친북성향을 과시하고 있다. 방북 전날인 25일 그는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 회견을 통해 북한의 식량난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한국정부가 대북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에 북한 아동들과 임산부 등이 식량 부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카터는 북한이 지난 2년 동안 핵 실험,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시설 공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발한 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개혁·개방 의지 보일때 대화를 이처럼 명시적ㆍ암묵적으로 친북 입장을 견지하는 카터가 방북해 김정일을 만났을 때 그가 김정일의 위장평화공세에 넘어갈 개연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된다. 그 결과는 한국사회의 남남갈등 확대로 나타날 것이다. 가령 김정일이 대화의 절박한 필요성 때문에 카터에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다든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수용의사를 밝힌다든지 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의사를 표명할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경우 우리 사회의 종북세력들은 김정일의 사술을 사과로 받아들이고 대북지원과 경협을 재개하자고 공세적으로 목청을 높일 것이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연평도 피격 이후 모처럼 국론이 모아지는 듯한 분위기는 삽시간에 사라지고 남남갈등의 심화라는 낯익은 풍경이 재연될 것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위장평화공세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개혁ㆍ개방의 진솔한 의지를 보일 때에만 대화에 임한다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카터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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