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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뉴 밀레니엄의 정치개혁
입력2000-01-30 00:00:00
수정
2000.01.30 00:00:00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부터 우리 사회는 정치개혁이라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옷 로비 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문건 파동 등 정치문제에 파묻혀 20세기를 접었던 우리는 선거법(재)협상, 낙천·낙선운동으로 새로운 세기를 열고 있다.이러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빠뜨리고 있는 것은 21세기의 정치 비전과 원칙의 확인이다. 여기서 제시하고자 하는 밀레니엄 정치개혁의 원칙은 투명성·공정성·효율성, 그리고 민주성의 확립이다. 여야의 선거법 협상결과에 시민단체를 포함한 국민 대다수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여야의 합의가 밀실타협(불투명성), 나눠먹기식 타협(비공정성), 고비용 정치구조를 유지하는 현상유지적 타협(비효율성)으로 국민을 무시한(비민주성) 때문이었다.
◇1인 보스에서 시민단체로(?)=우리는 IMF 경제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기업회계의 불투명성을 지적해왔다. 기업회계뿐 아니라 행정부의 정책결정·인사, 입찰의 투명성 등 우리 사회에는 아직 투명성이 확보돼야 할 부분이 많다.
이제는 정치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때다. 우리의 정치가 가진 최대 고질병이 1인 보스에 의한 밀실공천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볼 때 시민단체의 공천 반대인물 선정도 사실은 본질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밀실공천을 투명한 공개선출로 바꾸지 않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공천반대만으로 정치를 완전히 개혁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공천반대 인물 선정은 1인 보스 외에 시민단체의 입맛에 맞는 구조로 바꿀 수 있을 뿐이지 공익에 봉사하는 구조로 개혁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스공천의 현실을 인정한 차선의 정치개혁 방안이라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명단과 총선연대의 명단에서 17명이나 차이가 나고 심사기준 또한 상이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단체도 단체의 의견일 뿐 100%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만일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의 반대이익으로 당선된 정치인이 또다시 부패하고 무능하며 시민단체가 바라는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 판단의 오류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민주주의, 게임의 룰이 공정해야=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선거라는 게임의 룰이 존재하느냐 여부가 문제였지 공정하게 게임의 룰이 적용됐느냐는 덜 문제시되었다. 이제는 선거의 존재 유무보다도 선거를 포함한 모든 정치의 과정에서 공정성이 유지되는가가 문제시되는 때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선거법 87조의 개폐에 따른 선거운동 허용범위 문제도 공정성에 기초해야 한다. 따라서 선거법 87조에 규정돼 있는 노동조합을 제외한 각종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조항을 힘에 밀려 시민단체에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방안이다.
다시 말해 힘있는 시민단체와 노동단체의 정치활동은 포함시키고 사용자단체를 제외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법개정 방향이다. 더불어 시민단체가 국가와 자본의 중간에서 양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나며 노사간 힘의 균형이라는 원칙에도 벗어난다고 할 수 있다.
공정성의 차원에서 보면 선거에서 집권당이 프리미엄을 활용하지 않고 공정하게 선거를 치러냈느냐도 심각하게 문제시돼야 한다. 선거는 이기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공정하게 이기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는 집권당이 타 정당의 의원을 빼내가는 것도 문제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오너경영은 죄악시하면서 정당의 보스경영이나 황제경영을 문제시하지 않는 우리의 의식이나 언론의 태도도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정당급조 정치 효율성 저해=효율성있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우리나라에 정책정당이 제도화될 때 가능하다. 정책정당이 나오려면 정당체계가 안정돼 정당간에 정책대결을 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선거 때마다 정당이 급조되든가 정치보스의 정치적 위기에 필요에 따라 새로이 정당이 만들어져왔다.
정당의 생명이 몇년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정책이 아니라 보스의 정략에 따른 정당의 이합집산이 당연시돼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정당이 탄생할 수도, 정치의 효율성이 논의될 수도 없다.
그리고 유권자는 이를 선거를 통해 용인해왔다. 우리의 선거는 국민에게 이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우고 보스가 뽑아준 인물을 추인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보스에게만 충성하는 정치인을 배제하고 정치적 이익에 따라 정당을 옮겨다니는 정치인을 선거에서 심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시민단체가 공천 부적격자를 선정하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다른 단체들도 나름의 기준에 따라 정치인들의 효율성 점수를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효율성 심사가 시민단체의 독점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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