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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유혹과 종말’

지난해말 미국의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즈는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버그체이서(Bug Chaser)`라는 제목으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병균 추구자` 라는 이상한 뜻 풀이가 된다. 그러나 이 버그체이서는 실상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의 꿈은 지극(至極)한 수준의 쾌락을 맛보는 것이고 자신의 동료가 AIDS에 걸려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쾌락을 나누는 동료와 함께 AIDS에 걸려 죽는 것을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긴다. 이와 비슷한 증상이 우리경제에 만연해 있는 것 같다. 특별히 이름을 붙이자면 프로핏체이서(Profit Chaser, 이윤 추구자) 정도가 어떨까. 이윤추구를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기고 이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분식(扮飾)회계`는 이 프로핏체이서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수단이다. 아침에 돈을 빌린다고 해도 저녁에 `화장`을 고치고 나면 전혀 없던 일이 돼 버린다. 이 화장은 속에서는 썩어가고 있는 그를 다시 아름다운 사람으로 바꾸고 내일이면 새로 돈을 꿀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준다. 이 마법과도 같은 분식의 유혹을 기업들은 그만큼 거부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분식의 종말은 비참하다. 최근 SK글로벌 사태가 보여주듯 한 기업의 존망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프로핏체이서들의 경우 동료의 죽음을 보고서도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 오히려 똑 같은 죽음을 원한다는 것이다. 대우가 그랬고 엔론도 같은 방법을 쓰다 망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똑같은 생채기를 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들 프로핏 체이서들이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백신역할을 해줘야 할 은행과 회계법인이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은 SK글로벌의 이유 없는 대출금에 대해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고 은행측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부채규모를 SK글로벌 측에서 써낼 수 있도록 서류를 공란으로 표기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프로핏체이서의 종말은 이미 예견돼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는 그 해악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원칙 없는 이윤추구의 끝이 `죽음` 또는 `패망`이라는 것을 꼭 경험해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일까. 온고지신(溫故之新), 과거를 거울삼아 오늘을 배우는 자세가 아쉽다. <조의준기자(경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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